‘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책과 삶]
안예슬 지음 | 이매진 | 264쪽 | 1만6800원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는 안예슬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정책위원이 10명의 여성 고립 청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자신의 고립 경험과 함께 엮은 책이다.
30대 초반의 저자는 지금까지 두 번의 고립을 경험했다. 처음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지 않았을 때였고, 두번째는 5년간 다닌 직장을 퇴사한 뒤였다. 저자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있는 채로 보냈다. 잠을 많이 잤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콘텐츠를 중독적으로 봤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 하루에 한 끼만 먹고도 살 수 있었다. 그것조차 귀찮아지면 식사를 걸렀다. 제때 밥을 챙겨먹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지원 대상을 찾는 지자체 등에서는 ‘3개월 이상 사회 참여를 하지 않았거나 1년 이상 미취업 상태’를 고립으로 본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들은 고립은 다양했다. 고립 청년들은 자신의 생계나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살거나 가끔 친구를 만나도 고립 상태일 수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세상과 자신이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끊겨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리적 단절에 정서적 단절이 더해지면 고립이 됐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관계도 좋은 가족을 둔 인터뷰이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서서히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본 저자는 ‘부러웠다’고 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각자가 지닌 사회경제적 지위나 학력, 일자리의 안정성에 따라 고립의 서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분석한다. 저자의 세밀하고 솔직한 글에서 추상적이었던 ‘고립’의 이미지는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의 모습이 된다. 책 후반부에는 지자체의 공적 서비스, 관계 맺기, 루틴 만들기 등 고립 상태를 ‘버티기’ 위한 가이드도 나와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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