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반성` 끌어냈던 김한길 "젊음이 벼슬 아니고 노인이 주홍글씨 돼선 안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20일 "현재 청년세대들에게도 노인문제는 남이 아닌 가깝게는 부모님의 일이며 미래에는 나의 문제"라며 "노인들은 청년에게 존경받고, 청년은 노인에게 격려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정책 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지난달 기준으로 961만 명으로 총 인구대비 약20%, 5분의1에 가까워지고 있다.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후 18년만에 고령사회가 됐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세대 내에서도 욕구와 특성이 다변화되어 노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정책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의 노인세대는 전쟁의 상흔과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정신적 풍요를 만들어낸 주인공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실은 현재 나이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고 세대 간 갈등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젊음이라는 게 벼슬도 아니고 노인이라는 게 주홍글씨가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이에 따른 차별을 경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 30살 때쯤 쓴 글에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제일 슬픈 단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이'라 하겠다고 쓴 적이 있다. 10살 때는 10살 때 대로 힘들었고, 16살 때는 16살이어서 슬펐고, 30살 때는 30살이라서 힘들었다"며 "어느 나이나 그런데, 나이로 또 차별하고 나이가 지난 어느 분들에게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우리가 답습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줬다.
김 위원장은 또 노인빈곤율 등 노인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에서도 안 좋은 쪽으로 1등을 하고 있다. 노인들의 노후는 대단히 불안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노인들도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다. 노인들이 지닌 경험과 지혜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낸다면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 세대들에게도 노인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는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이고 미래에는 나 자신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노인분들은 단순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세대가 이번 특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현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규모 인구가 분포해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노인으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 1천만시대를 맞아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특위를 발족했다.
통합위 측은 "노인 세대 내에서도 욕구와 특성이 다변화되고 있다. 기대여명의 증가로 연장된 노년기 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동시에, 사회에 기여하며 미래 세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노인을 '부양 또는 돌봄이 필요한 취약한 대상'으로만 인식하거나,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해 소통의 벽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특위는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학계·현장·언론 분야 14인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특위는 '노인 문제 해결이 곧 청년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청년 위원도 함께 참여하면서 미래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책을 발굴할 계획이다.
특위는 수차례 준비TF 및 전문가 회의를 거쳐 △다세대 공존 사회 △배우고 기여하는 노년 △건강한 노년 △함께 일하는 사회라는 주된 방향을 도출했다.
우선,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나이에 따른 차별 해소방안을 통해 세대 간 벽을 낮추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생애 진로교육 강화와 건강한 디지털 문해력 제고 등을 통해 배우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인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늘어난 기대수명에 걸맞게 연령 친화 의료시스템 등 노쇠를 예방하고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노인의 경험과 지혜, 젊은 세대의 열정이 함께 할 수 있는 세대통합형 일터를 창출하는 등 의지와 역량이 있는 노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순둘 특위 위원장은 "즐겁게 배우고 함께 일하는 노년, 미래세대와 소통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노년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특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통합위는 앞서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당·정·대 통합 만찬을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만찬 자리에서 "통합위 활동과 정책 제언들은 저에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며 "이것들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언급해 통합위에 큰 힘을 실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윤 대통령이 직접 '반성'까지 거론한 터라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 부처에 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서를 돌리며 직접 친필로 통합위 정책제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내각에 당부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100부 가량 보고서를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우리가 공감해야 한다"며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제언을 우리 당과 내각에서 좀 관심 있게 꼼꼼하게 한번 읽어달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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