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학부모’ 시달린 호원초 교사 2년만에...뒤늦은 ‘순직’ 결정

인사처, 공무원 재해보상 심의회 통해 확정
임태희 경기교육감 “다시 비극 없도록 노력”

지난 2021년 12월 극단 선택을 한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이영승 씨. [사진출처=MBC 보도화면 캡처]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에게 순직 결정이 내려졌다.

2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18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이 교사 유족이 이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안건을 심의해 순직 결정을 내렸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 교사의 사망을)학부모들의 지속적 민원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준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결정에 감사드린다”면서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이 지난 8월 28일 경기도교육청 중앙현관 앞에서 호원초 고 김은지· 이영승 교사의 순직 인정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경기교사노조]

임 교육감은 “학교현장에서 국가의 책무를 다하시는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선생님 홀로 모든 일을 감당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교사는 학부모 3명으로부터 악성 민원을 겪다가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그러다 지난 7월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호원초 교사 사망 사건이 재조명되고, 유가족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의 책임 회피에 시달렸다고 주장하자 임 교육감은 지난 8월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8월 10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4개 부서, 총 13명의 합동대응반을 꾸려 진상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의 한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사는 이 학부모에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치료비로 제공했으며, 이 학부모 외에 다른 두 명의 학부모로부터 각기 다른 이유로 악성 민원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학부모는 경기도교육청이 수사 의뢰를 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