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정읍 소싸움 사라지나…동물단체 “다른 지자체도”

김지숙 2023. 10.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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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가 내년엔 소싸움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읍시는 "소싸움 대회와 관련한 내년 예산을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다. 예산 미편성으로 내년에는 열리지 않지만, 대회의 완전한 폐지 여부는 좀 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20일 밝혔다.

정읍시 소싸움 대회 예산은 2017년 4억4000만원, 2018년 3억7000만원, 2019년 2억2000만원, 2020년 1억4000만원 등을 편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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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내년 예산 미편성…“전면 폐지는 좀 더 논의해야”
국내 한 소싸움경기장에서 소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시가 내년엔 소싸움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19와 구제역 확산 등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시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대회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동물단체들은 정읍시의 결정을 환영하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소싸움 대회 폐지를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읍시는 “소싸움 대회와 관련한 내년 예산을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다. 예산 미편성으로 내년에는 열리지 않지만, 대회의 완전한 폐지 여부는 좀 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20일 밝혔다. 정읍시는 동물 학대 비판, 코로나 상황 등으로 2019년부터 대회를 중단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다시 개최를 선언하며 동물단체들의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대회는 ‘소 힘겨루기’로 명칭을 바꿔 내달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정읍시 축산과 관계자는 “반려문화가 확산하면서 소싸움에 대한 동물복지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데다가 지역 내 싸움소 육성 농가도 3곳으로 줄어 대회 개최를 재검토하게 됐다. 게다가 경기장도 마땅치 않아 올해 경기장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대회장에서 대기 중인 소들의 모습. 정읍 녹색당 제공

정읍 녹색당의 설명을 들어보면, 정읍시의회는 2017년부터 꾸준히 관련 예산을 삭감해왔다. 정읍시 소싸움 대회 예산은 2017년 4억4000만원, 2018년 3억7000만원, 2019년 2억2000만원, 2020년 1억4000만원 등을 편성해왔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코로나 상황 등으로 아예 예산을 배정하지 않다가 올해는 2억8500만원을 책정했다. 다만 지난 3월 이학수 정읍시장이 소싸움 대회에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내년 예산을 미편성 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자유연대, 동물권 행동 카라 등은 환영의 뜻을 전하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카라는 “정읍시의 진일보한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이번 결정이 소싸움을 진행하는 타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싸움은 농경사회에서 결속을 다지고자 진행됐지만, 현재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소싸움 대회는 사행성 도박에 불과하다. 싸움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뿔에 받혀 피 흘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지역 환경단체와 동물단체들은 싸움소를 만든다며 소에게 뱀이나 미꾸라지를 먹이거나 훈련을 명목으로 타이어 끌기, 산악 달리기 등을 시켜온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지적해왔다.

지난 4월 대구 녹색당 당원들이 달성군 소싸움 대회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읍 녹색당 제공
지난 10일 소싸움 대회가 개최된 진주 전통 소싸움경기장 입구에서 경남 녹색당 당원들이 대회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읍 녹색당 제공

‘정읍 전국 민속 소싸움 대회’는 1996년 처음 대회가 시작됐으며 2003년부터는 정부가 인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소싸움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1개 지자체로, 경북 청도군은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하루 12경기를 운영하며 경마처럼 관람객이 베팅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겨울철을 제외한 봄~가을 계절에 남강 천변에서 토요 상설경기를 운영하며 그 외 전북 정읍, 완주, 충북 보은, 대구 달성, 경남 창원, 김해, 함안, 창녕, 의령 등이 한 해 1~3차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공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제10조 2항 3호)하고 있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둬 지자체장이 주관하는 민속 소싸움은 예외로 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 조항을 삭제해 투견·투계와 마찬가지로 소싸움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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