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맥베스, 프랑켄슈타인, 춘향을 소재로 춤을 춘다?
인공지능(AI)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에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결합한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내는 등 흥미롭고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두 개의 세상, 한 개의 춤’이라는 주제로 다음 달 1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서울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예술청에서 열리는 ‘제44회 서울무용제’를 통해서다.
조남규 대한무용협회 이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무용제는 차세대 스타를 길러내는 대표적인 무용계 행사”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일부 프로그램은 매진됐다. 앞으로도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경연대상 부문에는 심사를 거쳐 순헌무용단(안무자 차수정), 발레블랑(백연), 더파크댄스(박근태), 로댄스프로젝트(노정식) 4개팀이 참가한다.
순헌무용단은 고전 ‘춘향전’의 춘향을 현대 여성으로 바라보는 ‘도화(桃花)는 점점(點點), 낙화(洛花)는 분분(紛紛)’을, 발레블랑은 인공지능 로봇의 시각에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비전(VISION)’을 선보인다. 더파크댄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 속 인물의 성격을 가스라이팅의 5가지 요소를 모티브로 표현한 ‘맥베스 인 어 홈(macbeth in A home)’을, 로댄스프로젝트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무용으로 풀어내면서 현대사회에서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는 ‘프랑켄슈타인’을 공연한다. 차수정 안무가는 “춘향의 서사를 보면 매번 고민을 통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있다고 생각한다”며 “춘향이 21세기 현대여성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받아들였을지를 상상하며 안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백연 안무가는 “인공지능 로봇 시선을 통해 인간적이란 것이 무엇이고 인간성을 갖춘 개체가 누구인지를 질문한다”며 “외연을 기계로 확장하며 진화하는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인간성을 갖춰나가는 기계 인류의 모순된 일치성을 나타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병주 무용제 운영위원장은 “올해 경연 부문을 보면 시대성에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폭넓어지면서 본인(안무가)이 당사자이면서 관조자 입장으로 (작품에) 접근하려는 의지가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무용제는 올해부터 경연대상 부문에 참여하는 안무가들을 수상 여부와 상관 없이 ‘올해의 춤 작가’로 선정한다. 대상작은 폐막식에서 발표되며 상금 3000만원이 주어진다.
지난해 실험적인 무용 작품과 신진 안무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신설된 ‘서울 댄스 랩’에는 안무가 14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다음 달 21∼2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창작작품을 선보인다. 최우수 안무가에게는 1000만원 상금을 준다.
우리나라 1세대 무용 거장들이 출연하는 ‘무.념.무.상’에는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김백봉부채춤’ 보유자인 안병주 운영위원장, 정명숙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춤 보유자, 이은주 서울시 무형문화재 살풀이춤 보유자 등이 참여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진 못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이어져 온 전통 무용작들을 발굴하는 ‘명작무극장’은 ‘부채’를 주제로 꾸려진다.
올해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를 맡게 된 방송인 박명수는 “제 아이가 한국무용을 한다. 딸 덕분에 한국무용 공연을 보게 됐는데 우리 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로 사명감을 갖고 우리의 춤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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