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김장철인데" 치솟는 배춧값…무름병 덮친 농가는 '시름' [머니 클라스]

이주찬 기자 2023. 10. 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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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당장 내 돈이 되는 정보, 머니클라스! 오늘은 이주찬 기자가 직접 현장을 발로 뛰어 취재한 장바구니 정보, 알뜰 소비 정보를 전하는 '발품 경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금요일 머니클라스의 남자 '머클남' 이주찬 기자, 이번 주는 또 어디를 다녀왔나요?

[기자]

곧 김장철입니다. 그래서 김치 재료비를 취재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춧값이 크게 뛰어 재배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앵커]

안 그래도 요즘 채솟값뿐 아니라 고춧가루, 소금 뭐 하나 가격이 안 뛰는 게 없다고는 하는데… 배춧값이 특히나 많이 뛰면서 배추를 '금추'라고도 하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을 김장배추는 강원도에서 많이 나서 평창 대관령을 다녀왔는데, 같이 한 번 보시겠습니다.

[앵커]

궁금한데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같이 보시겠습니다.

+++

전통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황숙자/서울시 망원동 : 물가가 예전과 비교해서 30~40%는 올랐어요. 배춧값도 그렇고, 예전에는 파가 이 만큼이면 5천원이었는데 지금은 8천원.]

[황경숙/서울시 망원동 : 김장하기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담가야죠. 열세 박스씩 담가요. 많이 해요. 고춧가루만 해도 100만원어치에요.]

[소비자/서울시 망원동 : 비싸서 안 사 먹어요. 입 딱 다물고 있어요.]

[시장 상인 : 지금 어머니들이 배추(김치) 한 포기 담그는데 들이는 비용이 엄청 많을 거예요. 생강, 마늘, 고춧가루, 쪽파, 배추까지 가격이 오르니까…]

김장 배추로 유명한 강원도로 달려갑니다.

서울에서 3시간, 평창에 도착하니 벌써 정오를 넘겼습니다.

점심으로 고소한 메밀국수 한 사발을 먹은 뒤, 배추밭에 도착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잘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배춧잎들이 온통 주저앉았습니다.

[윤승중/평창군 배추 농민 : 무름병이에요. {저희가 보기에는 푸른 잎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와서 보면 누가 먹겠냐고요. {상품성이 없다는 거죠?} 그렇죠.]

지난 여름 우박을 맞아 밭을 한 번 갈아엎었는데, 다시 심은 가을배추를 이번엔 무름병이 덮친 겁니다.

그대로 썩어가고 있는 배추를 치우지도 못합니다.

[윤승중/평창군 배추 농민 : {그럼 이번에는 밭을 다 갈아엎어야 하나요?} 그렇죠. 그런데 품값도 없으니 갈아엎지도 못하고 말라 죽으면 봄에 돈을 만들어 어떻게 해보든지… 그런데 봄이 된다고 누가 돈을 주냐고요.]

주변 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잎사귀는 구멍 나 찢겼고 줄기는 썩어 녹아내렸습니다.

[윤승중/평창군 배추 농민 : 이렇게 농사를 망치면 빌린 돈은 누가 주냐고요. 식구고 집안이고 친구고 아는 사람 전부 원수 되고 압류 들어오고 경매 들어가고…]

발걸음을 옮겨 대관령 고랭지 밭으로 갔습니다.

쌈 배추를 심은 이 밭은 그나마 피해를 덜 입어 수확이 한창입니다.

[김종준/고랭지 배추 농민 : 결정적으로 온난화 현상이 와서 기온이 높고 하다 보니까 야채가 배겨나질 못해요. 그나마 여기는 해발 800m 이상이다보니 버티고…]

강원도 가을배추 수확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나마 수확을 위한 일손 구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루 품삯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껑충 뛰었습니다.

기름값 등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배춧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진호/배추 중간 상인 : 지금 외국인 남자 같은 경우는 15~16만 원, 여자는 13~14만 원까지 줘야지 작업을 하는 상황이에요. 물류비도 유류값이 오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죠.]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거래된 배춧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45%가량 값이 뛰었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 생산되는 배추가 평년과 비교해 많아 수급이 안정화되고 각종 할인 행사도 지원하면 '김치 대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손은 무겁기만 합니다.

[앵커]

김치, 한국인들에겐 정말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음식이죠. 그런데 무름병이 뭔가요?

[기자]

배춧잎이 물러진다고 해서 무름병이란 말도 있는데… 기온이 계속 오른 데다 비까지 많이 오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무름병이 쉽게 찾아오고, 또 잎이 바스러지는 바이러스도 자주 온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가격 안정이 안 되면 김장을 포기하거나, 하더라도 올해는 좀 적게 먹자고 양을 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김포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김치 담그는데 들어가는 재룟값들이 일제히 뛰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김치플레이션'이라고도 하는데요. 배추뿐 아니라 김치 담글 때 빼놓을 수 없는 쪽파와 고춧가루, 굵은소금값 역시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생강 많이 올랐습니다.

[앵커]

일단 배추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수급을 조절하고 지원 행사를 통해 가격을 잡아보겠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유통 구조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다 보니까 가격 조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요.

[기자]

우선 농민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경우가 있죠. 온라인이나 직거래 장터 등을 통해 그리고 아까 인터뷰하신 중간상인의 경우는 농민에게 사서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것이고요. 농민이나 중간도매상이 도매시장을 거쳐 시장에 유통하는 경우, 전통시장은 상인들이 직접 경매를 하거나 중간도매상을 거치거나 등 다양한데요.

문제는 며칠 사이에도 경매가격 기준으로 값이 내려갈 때가 있었는데 그럼 바로 시장에서 값이 내려가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또 요즘처럼 물량이 달려 시장가가 오른다고 해서 농민들이 비싼 값에 팔 수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통구조를 좀 더 투명하게 하고, 합리적인 소비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장철 할인 정보를 준비했는데요. 유통업계에서도 김장 물가를 잡기 위해서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우선 롯데마트는 지난 5일부터 해남·영월산 절임 배추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내달 22일까지, 이마트는 이달 말부터 예약 판매를 받는다고 합니다.

배추뿐만 아니라 김장 양념을 만들기 위한 속 재료도 할인 판매합니다. 홈플러스는 카드 결제 시 20% 할인 혜택을 적용해 총각무 5kg 상품을 2만 원대, 김치 양념 5kg 상품을 3만 원 대로 저렴하게 판매하고요. 이마트도 김장 부재료인 깐마늘 500g 상품을 행사가 3,980원에, 신고배 3kg 상품을 행사가 9,980원에 선보입니다.

[앵커]

농민,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이어서 요즘엔 뭐가 가장 많이 팔리는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는 시간입니다.

[기자]

워낙 고물가 시대이다 보니까,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벤트성 할인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손길을 구했는데요. 최근에는 마진을 줄여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기존 상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가격을 얼마나 더 낮추느냐가 핵심인데요. PB상품, 자체 개발 상품이라고 하죠. CU와 이마트가 내놓은 PB라면이 인기고요. CU 서민맥주와 막걸리도 기존 제품 대비 40% 이상 저렴하게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말 홈플러스가 출시한 PB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 말 기준 800만 개가 넘게 팔렸습니다. PB상품 매출은 지난해 기준 3년 전과 비교해 33%가량 늘었습니다.

[영상디자인 강한결 / 영상그래픽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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