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장에서 산화한 17세·19세 학도병…한철수·최학기 일병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 신원 확인
6·25전쟁이 발발하자 책가방을 내려놓고 자진 입대한 지 한 달여 만에 산화한 학도병 한철수·최학기 일병의 유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각각 17세, 19세에 전사한 지 73년 만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국군 3사단 소속으로 포항전투에 참전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던 중 전사한 두 학도병의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두 고인이 참전한 포항전투는 북한군이 국군의 동부전선을 돌파해 부산으로 조기 진출하려던 계획을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한 전투다.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3년 3월 전북 익산에서 출생한 한철수 일병은 1950년 7월 함열중학교에 다니던 중 자진 입대해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고인의 나이는 17세였다. 국군 3사단에 배치돼 포항전투에 참전했지만 같은 해 8월24일 전사했다.
국유단은 2005년 3월 도음산 정상 부근에 전문 발굴 병력을 투입해 고인의 유해를 발굴했다. 국유단은 한 일병의 병적자료에서 전북 익산이 본적지라는 것을 파악한 뒤 지역 제적등본과 비교해 2017년 고인의 남동생과 조카를 찾아냈다. 하지만 남동생 한건수씨는 형의 유해를 보지 못하고 2019년 84세에 세상을 떠났다.
국유단은 지난 19일 전북 익산에서 고인의 조카 한상덕씨에게 유해를 전달했다. 한씨는 “세월이 오래 지나서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었는데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삼촌의 유해를 찾아준 국가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1931년 4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최학기 일병은 결혼을 하고 김해공립농업학교(현 김해생명과학고)에 재학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했다. 19세였던 최 일병은 1950년 8월 가족과 학업을 뒤로한 채 자진 입대해 총대를 맸지만 포항전투에서 같은 해 9월6일 전사했다.
최 일병의 유해도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됐다. 2021년 부산·경남 지역에서 실시한 ‘민·관·군 협업 유가족 집중 찾기’ 기간에 한 예비군 지휘관이 지역별 전사자 명부를 통해 고인의 조카 최용준씨를 찾아냈다. 유전자 시료채취와 분석을 통해 두 사람의 가족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고인의 동생 최삼식씨는 이날 경남 김해에서 형의 유해를 전달받고 “이번 현충일에도 TV를 보면서 유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형님을 찾았다고 하니 마치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마음이 찡하다”고 했다. 최 일병의 모교 김해생명과학고는 2003년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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