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더비 탄생', 박정아만 있는 게 아니다...이야깃거리 풍부했던 두 팀의 사연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광주 유진형 기자] 더비(Derby) 또는 더비 경기(Derby Match)는 원래 축구에서 쓰던 말이었다. 원래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맞대결을 의미하지만, 통상적으로 치열한 스포츠 라이벌전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한국배구에도 여러 라이벌전이 있지만 이제 더비 리스트에 한 팀을 더 추가해야 할 듯싶다. 바로 페페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대결이다.
지난 4월 박정아는 6시즌 동안 활약한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페퍼저축은행으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간 총 보수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인센티브 3억원)으로 최고 대우였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의 이적이었다. 하지만 박정아의 FA 이적은 단순히 한 선수의 이적이 아닌 두 팀 간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국가대표 에이스를 영입한 페페저축은행은 보호 선수를 제외한 보상 선수 목록을 한국도로공사에 건넸다. 그런데 세터 이고은이 풀려있었고 한국도로공사는 이고은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이고은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3년 총액 9억 9천만 원에 한국도로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지만, 한 시즌 만에 한국도로공사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페페저축은행은 7일 후 "최가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한국도로공사에 내주고 이고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이고은은 다시 페퍼저축은행으로 돌아가게 됐고 최가은은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 끝에 다수의 선수 이동이 있었던 두 팀이다.
하지만 양 팀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8월 정관장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세터 안예림과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을 내주고 세터 박은지와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을 영입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박은지다. 박은지는 지난해 전체 4순위로 KGC 인삼공사(정관장 전신)에 입단한 유망주다. 그런데 페퍼저축은행에는 박은지의 언니 박은서가 있다.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더 히터 박은서도 페퍼저축은행 창단 당시 전체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이렇게 양 팀에는 더비라 불릴 만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한편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 명경기였다. 페퍼저축은행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5-22 20-25 19-25 25-17 15-13) 승리를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가 친정팀을 상대로 19점(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1)으로 활약했고 야스민은 27점(블로킹 6개)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한비가 12점, 필립스가 10점으로 힘을 보탰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부키리치는 32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점수를 냈지만, 박정아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새로운 더비 탄생을 알린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 / KOVO(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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