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동전’ 국제유가 경고음 커져…이·하 충돌 직전보다 7달러↑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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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 21일 만에 최고치
기관·업계, 유가 급등 ‘주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건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급등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후 21일 만에 가장 높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2.38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전장보다 0.88달러(1.0%) 올랐다.

국제유가, 이·하 충돌 전보다 약 7달러 상승
국제유가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첫 로켓포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보다 크게 오른 상황이다. 양측 간 충돌이 격화한 상황에서도 안정세를 이어갔지만 중동 전체로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보이자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마스의 최초 공격 전날인 지난 6일 WTI·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배럴당 82.79달러, 84.5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제재를 완화했다는 발표도 국제유가를 제어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선과 관련한 부정선거 의혹 이후 석유 수출을 제재해 왔다.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가 발표된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2주차만 해도 이란의 하마스 공격 개입 의혹 부인,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내 반등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보복 공격을 감행하자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 공격에 나서면 하마스뿐 아니라 헤즈볼라와도 충돌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원자재 전문가들은 확전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분석가들은 이란 석유 수출이 중기적 감소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봤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앞서 이란이 참전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고 예상했다.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석유는 하루 평균 1700만~1800만배럴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의 오름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전쟁이 전 세계 석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여타 중동 산유국의 전쟁 개입, 원유 생산 시설·수송로 침해 등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수출금액은 0.2% 증가되는 반면 수입금액은 0.9%를 감소시켜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보고서는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미국의 대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강화되면서 세계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정부도, 업계도 유가 급등 영향 ‘예의주시’
국제유가 급등을 경고하는 전망이 이어지자 국내 주유소들의 휘발유 발주량이 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국내 정유사 공급 가격에 반영되기 이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정유사의 공급 물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화업계도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유화업계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만,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가가 급등할 경우 마진만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오른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유가가 오르는 만큼 제품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마진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동 분쟁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인한 국내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사태 전개에 따라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석유·가스 비축 현황과 시설을 점검하고 유사시 비상대응 체제를 지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일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되는 등 위기 상황이 심화할 경우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 정책에 따라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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