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못받았는데…국민연금, 가습기 살균제 기업 700억 투자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10.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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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대량살상무기·담배·환경오염…
‘죄악주’에도 10조원가량 투자
野정춘숙 “투자제한 추진해야”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에서 받아야 할 구상금을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한 채로 이들 중 한 기업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구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인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의 구상금을 아직 받지 못했다.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라 발생한 장애·유족연금에 대해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관련 기업 중 옥시레킷벤키저가 전체 구상금(24억3000만원)에서 차지하는 금액은 15억4600만원(64%)으로 가장 많고, 애경산업이 4억800만원(17%)이었다.

이들이 구상금을 납부해야 하는 기한은 올해 6월로 이미 지났지만 지금까지 납부된 금액은 고지액의 5.1% 수준인 1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올해 7월 현재 700억원 규모의 옥시레킷벤키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옥시레킷벤키저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금투자를 배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공단은 올해 6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벤치마크 이하로 제한해 투자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상당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은 해외 연기금에서 투자배제 또는 감시기업으로 선정한 대량살상무기, 석탄, 담배 관련 기업 등에도 6조원 이상의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해외 연기금 투자배제 기업의 국내주식 보유액’ 자료를 보면 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대량살상무기 기업 5곳에 3597억원, 석탄 관련 기업 1곳에 9991억원, 담배 관련 기업 1곳에 8938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환경오염 기업 3곳에 2조4626억원, 인권침해 기업 1곳에 2973억원의 투자금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배제 대상은 아니지만 심각한 부패 등으로 감시기업으로 분류된 기업 3곳에도 1조원 이상의 기금을 투자하고 있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해외 연기금 중 상당수는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건강 등 분야에 대해 투자배제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 3가지 중 기후변화 분야에 대해서만 투자배제를 고려하고 있다.

정 의원은 “석탄 분야에 대한 시행방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대량살상무기와 담배에 대해서도 투자 제한이나 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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