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터지기 직전…바이든의 '외교 총력전' 확전 막을까
예멘 반군은 이스라엘에 로켓 쐈지만 美 함정 요격
바이든, '중동전쟁' 막기 위해 물밑 외교 총력전
헤즈볼라 등 개입 시 중동 평화 구상 흔들려
이스라엘은 "하마스 뿌리 뽑아야" 전쟁 의지 강해
중동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마스 지지 세력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 공격을 감행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외교 구상을 지키려는 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지상군 투입 계획을 막판까지 조율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지역 한 부대를 방문해 "지금은 멀리서 가자지구를 보지만 곧 내부에서도 가자지구를 보게 될 것"이라며 "명령이 곧 올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타임즈(NYT)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가자지구 북쪽 국경에 이스라엘 전차 수백대가 배치됐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홍해에 있는 미 구축함이 예멘 반군이 쏜 미사일 3기와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이 홍해를 따라 북쪽으로 비행하고 있었다며 이스라엘 내부 목표를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가디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지난 18일 양측 관료들이 가자지구 대규모 지상공격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입장 차는 뚜렷하다.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으로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야아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측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미국이 중동에서 다져놓은 평화 구상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니파 이슬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한국에 동결된 원유동결자금 60억달러의 이체를 허용하는 등 대이란 관계도 회복 조짐을 보였다.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중동 평화가 필요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쟁이 다른 전선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측은 전쟁 의지가 강하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장악한 이후 16년 동안 발생한 수많은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지상전으로 하마스 행정부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수십년 간 지하터널과 은신처들을 구축해왔다.
미국은 지상군이 투입되더라도 민간인 사상자는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의 영향력은 공격 방식, 특히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0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는 방법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누엘 트라스텐버그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전무이사는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쪽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고, 남쪽에서는 외과수술적 접근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빌랄 사브 미국 중동연구소 국방·안보국장은 시가전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를 투입해 하마스 지도자들을 찾아 제거하거나 생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방안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클 오렌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가자지구로 불러들여 두 국가 해법을 위한 노력을 복원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인정하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안을 말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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