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前 증권시장도 황소와 곰의 싸움이었다 [Books]
18세에 파리 증권계에 입문했고, 1999년 죽기 전까지 80년간 투자자로 살았던 남성이 있다. 유럽의 증권투자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천금을 거머쥔 코스톨라니가 평생 열망했던 한 권의 책이 있었다. 1688년 출간된 ‘혼돈 속의 혼돈’ 스페인어판 초판이었다. 소더비 경매에 풀렸지만 코스톨라니는 낙찰에 결국 실패했고, 입맛을 다셔야 했다. 책은 일본인이 낙찰받았다.
335년 전 주식투자서가 묘사한 증권시장은 지금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빼닮았다. 대화록 형식인 이 책에서 세 사람은 주식시장을 먼저 정의한다.
“그게 무슨 사업인지요?”
“유럽에서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악명 높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저속한 사업이지요. 똑똑한 자에겐 시금석이요, 담대한 자에겐 묘비지요. 유용함의 보고, 재앙의 원천입니다.”
동인도를 향해 출항한 뒤 회사 재산권을 수백 개로 쪼개고 가격을 매겼는데, 이것이 주식의 기원이다. 1612년 ‘동인도회사’ 첫 배당금 수익률은 원금의 1400%가 넘었다.
이 회사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였다.
17세기 주식시장에도 ‘황소와 곰’의 쟁투가 한창이었다. 황소는 일단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오르기를 바랐다.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시장이 자극받아 가격 급등을 희망한다. 황소는 모든 걸 사랑하고 찬양하면서, 동시에 모든 걸 과장하는 자들이다. 반면 곰들은 일단 매도로부터 시작한다. 두려움, 공포, 초조함에 지배당한 곰에게 ‘여관의 쌈박질은 혁명으로 오인되고, 어슴푸레한 그림자는 불길한 징조’라고 책은 묘사한다.
첫째, 누구에게도 매수하라 혹은 매도하라는 조언을 하지 말라. 선의의 조언도 늘 결과가 좋지 않다. 둘째, 놓친 이익을 안타까워하지 말고, 챙길 수 있는 이득은 다 챙겨라.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주식 거래로 버는 이익은 고블린(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해 닥치는 대로 다 훔치는 유럽 설화 속 도깨비)의 보물같은 것이다. 주식이란 다이아몬드가 석탄조각이 됐다가 부싯돌로 변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침이슬, 심지어 ‘눈물’로 바뀔 수 있다. 넷째, 이 게임에서 이기려는 사람은 인내와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치는 지속되기 힘들고, 소문은 진실에 기반하는 일이 드물다.
“확실한 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투기꾼이 끝내 이겨, 처음 구상했던 작전에 합당한 돈을 번다”는 문장과 “꿈에 이끌리는 투기꾼이 있는가 하면, 예언이나 망상에 휩쓸리는 투기꾼도 있다”는 문장 사이에 현대인의 민낯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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