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불발에 동양생명 인수전 ‘주목’… 하나금융 참전?

진상훈 기자 2023. 10. 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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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막대한 추가 비용에 인수 포기
동양생명, 자산·재무 구조 등 경쟁력 높아
최대주주는 中 공기업…조만간 매각 나설 듯
서울 종로에 위치한 동양생명 본사 전경. /동양생명 제공

인수합병(M&A) 시장에 조만간 매물로 나올 동양생명의 몸값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대한 인수 작업을 중단하면서 동양생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KDB생명을 비롯해 ABL생명, MG손해보험 등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회사들보다 자산 규모가 크고 넓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또 재무 구조가 건실해 KDB생명과 같이 인수 이후 정상화에 추가로 비용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최대주주가 막대한 매각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PEF)가 아닌 외국계 보험사인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에서는 동양생명에 하나금융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다른 금융지주사 등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포기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산업은행에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통보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지난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을 만나 인수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구체적인 인수 포기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IB업계에서는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이 결국 부담이 됐을 것으로 분석한다.

문제가 된 것은 KDB생명의 낮은 지급여력비율이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시행 중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 보험사들은 의무적으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의무 비율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 67.5%에 그쳤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100%로 맞추고,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양생명, 자산·재무·가격 경쟁력 앞서

IB업계 등에서는 KDB생명에서 발을 뺀 하나금융이 대신 동양생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양생명은 KDB생명뿐 아니라 ABL생명 등 다른 생보사 매물에 비해서도 자산 규모가 훨씬 크고, 실적 개선 흐름도 뚜렷해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7조4345억원을 기록, KDB생명과 ABL생명 총자산의 2배를 넘어섰다. 총자산과 보험수익 기준 시장 점유율은 각각 4%, 6.9%로 생보업계 중위권 수준의 입지를 갖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인수해 브랜드를 바꿔 새 출발할 경우 기존 은행 영업망 등을 활용해 상위권 도약을 노릴 만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매각이 진행되거나 거론되는 보험사 로고. 좌측 상단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악사손해보험, ABL생명, MG손해보험. /각 사 제공

재무 구조도 건실해 새 인수자 입장에서 추가 비용 투입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말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63.4%로 당국 권고치를 웃돌았다. 한국신용평가는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의 유동성 비율은 863.4%로 우수해 양호한 재무 안정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동양생명은 최대주주가 중국 정부 계열의 다자보험그룹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막대한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와 달리,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하는 방안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경우 사모펀드가 보유한 보험사 매물보다 적정한 가격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풍요 속 빈곤’ 보험사 M&A판

현재 M&A 시장에는 KDB생명을 포함해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여러 매물이 나와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비은행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금융지주사들이 참전해 보험사 인수전이 달아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기대와 달리 흥행이 저조한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진행 중인 MG손보는 지난 5일 마감된 예비 입찰에 단 한 곳의 사모펀드만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은 두 곳의 사모펀드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기대했던 금융지주사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시중에 매물은 많지만, 살 만한 보험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라면서 “반대로 동양생명 등 우량 매물의 경우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여러 지주사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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