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늘리는 중국의 의도…美와 군사충돌 대비?
최근 美와 핵전력 격차 줄여…러시아와 핵협력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1945년 세계 최초의 핵실험 성공이 가져온 미국의 핵 독점 시대는 소련이 1949년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깨지고 만다.
냉전의 양축인 미국과 소련은 한동안 '핵보유국(nuclear weapons states)'으로 행세하며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된 국가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1952년 영국이 미국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에 성공했고, 프랑스도 1960년에 핵실험에 성공하며 미·소의 핵 독점은 깨졌다.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는 2차 세계 대전 말기부터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국가였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핵 개발 경쟁 속에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핵실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성공은 핵확산 역사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서방국가가 아닌데다 당시만 해도 강대국에 속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종료 직후만 해도 자국의 핵 개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은 미국의 가공할 핵무기 위력을 실감했고, 이 여파로 1954년 마오쩌둥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소 정상회담에서 소련의 후루시초프에게 핵무기 개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소련은 중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소련, 영국으로 국한되는 핵무기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가 1960년 핵실험에 성공하자 중국은 더이상 소련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섰고, 끝내 1964년 10월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은 첫 핵실험에 그치지 않고 1966년 두 차례의 중폭 핵분열탄 핵실험을 거쳐 1967년 12월 제5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 실험까지 성공하고 만다.
32개월 만에 이뤄진 원자폭탄(핵분열)→수소폭탄(핵융합)은 핵보유국 가운데 최단기간에 통과한 기록이다.
중국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들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며, '자위를 위한 핵'은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이후 후발 핵 개발 국가들에 핵 개발 명분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저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줄곧 대외적으로 밝혀왔다.
2006년 중국의 국방백서는 ▲자위를 위한 핵 전략을 견지하고 ▲핵 증강을 억제하며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2023년도 연감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1월 기준 410기로 전년 동월 대비 60기(약 20%) 급증했다. SIPRI는 "중국이 이미 핵전력을 현저히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5월 기준 500개 이상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2030년에는 보유고가 1천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아직까지 러시아와 미국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SIPRI의 올해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의 핵무기 보유량이 1만2천512기이며 이 가운데 사용 가능한 실질 핵무기 보유량은 9천576기였다. 러시아가 4천489기로 가장 많았고, 미국은 3천708기였다.
중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급속도로 늘리는 것은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핵억지력을 늘려나가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중국도 2019년 국방 백서에서 자국 핵전력을 '국가 주권과 안보 전략의 기초'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를 두고 갈수록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상정해 미국과의 핵전략 격차를 서둘러 줄여나가려는 중국의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다 핵탄두 보유국인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지난해 대량의 고농축우라늄을 중국에 수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핵전략 증강은 향후 미국과의 패권 경쟁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lwt@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리집에 가자"…초등생 유인하려던 50대 '코드0' 발령해 체포 | 연합뉴스
- '기찻길이 도로인 줄' 타이어 펑크난 채 선로 달린 만취운전자 | 연합뉴스
- '마약 자수' 김나정, 필리핀서 귀국 직후 양성반응…경찰 조사(종합) | 연합뉴스
- [수능] '국어 지문'에 나온 사이트 '尹 퇴진 집회 안내'로 연결 논란 | 연합뉴스
- 이영애, '김여사 연관설' 제기 유튜버 화해거부…'끝까지 간다' | 연합뉴스
- 영장실질심사 출석 명태균 "김영선 세비 절반, 대여금 받았을뿐"(종합) | 연합뉴스
- [수능] '노이즈' 40번 이상 반복 등장한 국어 지문…"로제 아파트냐" | 연합뉴스
- 가족 앞에서 헤어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 공개 | 연합뉴스
- 지하주차장서 '충전 중' 벤츠 전기차 화재…주민 수십명 대피(종합) | 연합뉴스
- 등교하던 초등생 머리 박고 도주…'박치기 아저씨' 검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