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협, 전체 계약 10건 중 7건 ‘짬짜미 소지’ 수의계약으로 체결

지난해 수의계약 807억원…‘불투명’ 지적
같은 사업부내 부서끼리 수의계약 정황도

강원 양양군 남애항 내 수협 위판장에서 수산물 경매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협중앙회·수협은행(이하 수협)이 체결한 계약 10건 중 7건이 경쟁 없는 수의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특정 자회사에게 계약을 몰아준 경우도 많아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협은 201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경쟁입찰 등을 포함해 체결한 전체 계약 3939건 가운데 약 70%인 2743건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수협의 수의계약 규모는2018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80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인을 상대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경쟁 원리가 배제돼 예산 낭비 소지가 있고 업체와 발주 기관 간 유착으로 특혜 시비가 발생하기 쉽다.

수협 계약준칙에 규정된 수의계약 상한액은 5000만원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수의계약 상한액 2000만원보다 높다.

수협은 수의계약 관련 각종 예외 조항을 적용해 5000만원 이상 규모의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수협의 전체 수의계약(2743건)중 5000만원 이상 수의계약은 489건에 달했다. 5000만원 이상 수의계약 건의 계약 금액은 전체 수의계약 금액의 83%인 2341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협은 최대 206억원 규모의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특정 자회사와의 수의계약이 잦았다. 수협중앙회가 자회사와 체결한 수의계약은 모두 169건으로 총금액만 903억원이었다. 자회사와의 수의계약중 92%인 156건은 ‘수협개발’과 체결했다. 회원 조합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5건에 그쳤다. 체결한 수의계약 중 어업·수산업과 관련된 분야는 총 789건으로 전체 수의계약 비중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협중앙회가 같은 사업부내 부서끼리 수의계약을 체결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 2021년 수협중앙회의 유통사업부 내 군급식사업단은 군 급식 납품을 목적으로 국방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같은 부서 내 ‘감천항 물류센터’와 94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서삼석 의원은 “부서간 수의계약처럼 황당한 계약을 체결이 이뤄진 것은 수협 중앙회의 관성적이고 부주의한 회계처리 행태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수협회원과 조합원의 자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일 수 있도록 수의계약 비중을 낮추고 경쟁입찰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