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다이어트 비결' 비만치료제..."부작용도 살펴야"
항당뇨병 치료제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신 비만치료제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비만치료 목적 허가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선두주자다. 특히 위고비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체중 감량의 ‘비결’로 언급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국내에도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의약품의 부작용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췌장염이나 위 장애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체중감량 등 미용적인 목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려는 이들에 대한 연구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신 비만치료제는 임상 시험 결과 평균적으로 체중을 21% 줄여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효과가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작용 연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췌장염, 위염 등 다양한 부작용 연구 잇따라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GLP-1(혈당조절 호르몬)’을 모방한 물질(유사체)을 사용한다.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은 밥을 먹은 혈당이 높아지면 식사를 멈추라는 신호를 우리 몸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GLP-1 유사체 약물은 GLP-1의 이같은 기능을 강화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조절 효과를 낸다.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를 통해 GLP-1 유사체 약물이 췌장이나 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5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학회지(JAMA)’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을 모방한 약물을 사용해 체중을 감량한 사람은 다른 성분의 비만치료제를 복용한 사람보다 췌장염 발생률이 4.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한 GLP-1를 모방한 약물을 사용한 사람은 음식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는 ‘위 마비’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미국 보험료 청구 데이터베이스에서 2006~2020년 수집된 환자 1600만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앞서 이 약물들의 부작용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선 메스꺼움과 변비 그리고 드물게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GLP-1 유사체 약물이 근육량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니엘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은 일반적으로 근육 약화와 골격근량의 감소를 야기한다”며 “체중 감량 효과가 높은 비만치료제로 비만을 치료하는 과정에선 근육량 감소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라이릴리는 체중 감량 중 근육량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인 ‘비마그루맙’을 생산하는 회사 베르사니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연구에선 GLP-1 유사체 약물 복용으로 인한 근육량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유럽당뇨병연례학술대회’에서 일라이릴리 연구팀은 GLP-1 유사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자기공명영상(MRI)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신체 구성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손실된 근육량 중 일부는 근육 내 지방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 비만치료제 안전성 연구 더 필요
GLP-1 유사체를 사용한 비만치료제의 안전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피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의 지적이다. 실험 대상자가 환자로 제한된 임상시험 외에 실 사용 사례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네이처는 “오직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을 다룬 연구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비만 환자를 살펴온 국내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를 위해 이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라고 말했다. 김경곤 아시아오세아니아비만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비만치료제뿐만 아니라 모든 의약품은 오·남용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이 중요하다"며 "허가를 거친 최신 비만치료제는 비만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바람직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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