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트롯돌 ‘프린수찬’ 김수찬, 전역 후 첫 단독인터뷰 [+영상]

김지영 기자 2023. 10. 20.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재주 많다고요? 아직 다 못 보여드렸어요!”

● 고마운 트로트 스승 남진, 가장 친한 가수 주현미
● 30년 만에 처음 기용된 ‘아침마당’ 연예인 MC
● 첫 정규앨범 ‘공존’ 수록곡 모두 직접 만들어
● 휴대전화 요금도 못 냈는데…‘소주’ 시원하게 쏠 정도는 돼
● ‘내 마음과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가 인생 좌우명

[+영상] '프린수찬' 김수찬 전역 후 최초 인터뷰 "나를 키운 건…"[김지영의 트롯토피아 김수찬 1/2]
첫 정규앨범 ‘공존’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수찬. [이상윤]
곱상한 마스크는 아이돌에 가깝지만 말하는 재주는 개그맨에 가깝다. 입담만 좋은 게 아니라 순발력이 뛰어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마치고 올해 2월 전역하자마자 예능프로그램 '살림남2'에서 탁월한 예능감을 보여준 청년 트로트 가수 김수찬 얘기다. 김수찬은 최근 KBS 장수 프로그램 '아침마당'의 금요일 MC로 기용되기도 했다. '아침마당'이 연예인을 MC로 발탁한 것은 방송 30년 만에 처음이다.

예능감과 말솜씨만 좋은 게 아니다. 무대 위에서는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한다. 전역 후 낸 첫 정규앨범 '공존'의 더블타이틀곡 '솔직 이별'과 '사랑쟁이' 모두 멜로디와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힐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노래방 애창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에서 시리즈로 방송하는 '김지영의 트롯토피아'에 김수찬을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도 그의 다재다능함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프린수찬'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김수찬은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소화하고 늦은 오후 기자와 만나 피곤한 기색을 내비칠 만한 데도 시종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웃게 만드는 재주가 그에게 있었다.

‘프린수찬’ 김수찬(왼쪽)이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의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시리즈에 게스트로 출연해 김지영 신동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윤]

숨길 수 없는 끼, 고등학교 때 폭발한 '꽃미남 남진'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아주 어릴 때 아니면 성인이 되고 나서다. 10대에 트로트 가수가 된 경우는 흔치 않다. 1994년생인 김수찬은 2012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데뷔 앨범 '오디션'을 냈다.

"중학교 2학년 때 남진 선생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했어요. 너무 섹시하고 멋졌어요. 그때부터 남진 선생님을 닮고 싶어 따라하고 연구하다 보니 모창을 제법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됐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 결혼식 축가를 부르게 됐는데 그 모습을 본 교장 선생님 추천으로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 대상을 타고, SBS 추석 특집프로그램에 이어 전국노래자랑에서도 대상을 받았어요. 상을 여러 번 받으면서 앨범을 내고 데뷔하게 됐죠. 데뷔하기 전 2년 정도 남진 선생님의 공연에서 종종 노래할 기회가 있었어요. 남진 모창을 잘하는 학생이라고 선생님이 특별히 아껴주셨어요. 그 덕에 무대 매너와 담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제겐 평생의 은인이시지요."

앨범을 내고 이듬해인 2013년 김수찬은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2' 남진 편에 '꽃미남 남진'으로 출연했다. 남진 모창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남진처럼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고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트로트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대에 대한 목마름이 심하던 차에 '미스터트롯'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체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저버려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다. 한때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큼 대중의 관심과 응원이 뒤따랐지만 임영웅과 벌인 대결에서 밀려 결선에 오르진 못했다.

든든한 응원군 '차니사랑', 고마운 선배 남진과 주현미

김수찬은 자신의 탈락을 슬퍼하기보다 이를 몹시 안타까워하는 팬들을 독려해 평정심을 찾도록 도왔다. 그때 속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경연프로그램이 가수 활동의 걸림돌이 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뜻밖에도 디딤돌이 됐어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찾는 곳도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소중한 팬덤 '차니사랑'을 얻었고요. 언제나 저를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행복해요. 심지어 제가 군 복무를 할 때도 변함없는 마음을 보내주셨죠. 그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요."

김수찬은 전역 후에도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재능과 의리 있는 모습을 눈여겨 본 작가, PD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그를 다시 찾아서다.

"제가 인복이 많아요. '살림남'에 출연한 것도, '아침마당' MC가 된 것도 좋은 인연의 결실인 셈이에요. 사실 '아침마당' MC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내심 걱정했어요. 프로그램에 누가 될까 싶어서요. 평소 하던 것처럼 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다행히 시청자 반응이 좋아요. 제가 진행하는 날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김수찬은 예능과 무대 중 어느 쪽이 더 애착이 가느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러더니 "본업이 가수인 만큼 무대가 더 좋다"고 했다. "두 분야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능은 예능대로 매력이 있지만 무대에 섰을 때 더 가슴이 벅차요. 팬들이 느끼는 감정과 감흥이 저한테 그대로 전해지거든요."

어느덧 데뷔 12년차가 된 김수찬은 가장 친한 가수로 주현미를, 가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남진을 꼽았다.

"남진 선생님은 닮고 싶은 롤 모델이기도 해요. 저한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제가 인지도가 없을 때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유명인이 되면 네 생활이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즐기면서 노래실력을 더 열심히 갈고 닦으라'고요. 주현미 선생님과는 자주 연락하고 종종 만날 정도로 친해요. 두 분 다 참 존경스럽고 고마운 분이죠."

내 마음과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

인기를 얻으며 김수찬의 주머니 사정도 예전보다 한결 좋아졌다. 많은 트로트 가수가 겪었듯 그도 한때 생활고를 견뎌야 했다. 그때는 휴대전화 요금도 못 낼 정도로 경제사정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을 다잡아준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을 묻자 '내 마음과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에요. 내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현실이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다는 의미예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마음먹으면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결과도 좋아지고요. 돌아보면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수찬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시간을 겪었기에 지금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값지고 고마운지 잘 알거든요."

그는 "지금도 대단히 풍족한 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술을 시원하게 살 정도는 번다"고 했다.

"아직 양주는 아니고, 소주요. 하하하."

김수찬은 3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공존'으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도 발휘하고 있다. 이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직접 만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솔직 이별'은 타이틀 곡이 될 거란 기대가 1도 없던 노래라고 한다.

"악기를 다룰 줄 몰라서 생각나는 악상을 녹음해서 곡을 만들었어요. '솔직 이별'도 마찬가지고요. 처음 만들 때부터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주현미 선생님이 들어보더니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추천하셨어요. 선생님이 부른 '신사동 그 사람'도 타이틀 곡으로 생각지도 못한 노래였는데 타이틀 곡이 됐다고 하시면서요."

가수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만능 재주꾼임을 증명한 김수찬은 "대체 못 하는 게 뭐냐"고 묻자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아직 다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는 기회가 되면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만 조건이 있다. 카메오 출연이나 애드리브를 허용하는 역할. 그만한 이유도 있다.

"대사가 많으면 다 못 외울 것 같아요. 써있는 대로 말하는 것도 잘 못할 것 같고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하는 것을 용납하는 작품이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김수찬이 필요한 감독님, 언제든 연락주세요(웃음)."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