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일치·국민 71% 찬성한 의대 정원확대…의협은 정부안 외면만 할텐가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0. 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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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23.10.1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승환기자]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들이 얼마나 수용할지,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심거리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7일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만이 해결책인 양 제시하며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대 입학 증원 규모 발표를 보류한 채 다양한 개선안을 내놓고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필수의료 혁신 전략 회의’에서는 그동안 의사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마련됐다. 지방 국립대병원들의 인건비과 교수 정원 규제 등을 풀어주기로 하는 등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통해 지방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응급·중증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또 의사들이 중증·필수 의료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의료수가도 올리고, 고난도·고위험 시술에는 추가 보상안도 마련키로 했다. 의료 분쟁 발생시 의사들의 법적 부담을 덜고 형사처벌특례범위 등도 확대해가기로 했다.

의료계 현안인 부실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일단 한해 배출되는 의사 정원부터 늘어나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야 지역에 더 많은 의사를 보낼 수 있고, 심장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같은 기피과를 노크할 인력도 생길 수 있다. 정부는 늘어난 인력이 돈 많이 버는 특정과에 편중되지 않도록 인센티브 방안 등을 잘 설계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사들은 협력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에서 무슨 수술 한번 받으려고 서울로 올라오거나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현실은 의사들이 보기에도 최고 수준의 의술을 지닌 나라에서 일어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의사 정신에 입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방대학 병원장들은 한결같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의사 수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현장에서는 10년 후까지 어떻게 버티느냐를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고,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지역 필수 의료와 중점 의료를 처리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최영석 충북대병원장은 “의과대학 정원이 늘지 않고서는 의사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의 필수분야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가 위헌 요소가 없다면 시행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증원 규모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만큼 발표 시점을 늦춘 것은 바람직하다. 정치권도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지역자치단체장들이 자기 지역에 의대 신설과 정원 증가를 외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만 그만큼 지역 의사들에 대한 갈증이 큰 것이다. 거액을 주고도 지방 병원에 의사를 유치하지 못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더 이상 안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1%가 의대 입학 정원 증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어느 때보다 온국민이 정원 확대를 염원하고 있다. 의협으로선 뚜렷한 대안없이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입학 정원 동결을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증가하는 정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의협은 정부안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내주기 바란다. 고령화로 노인 의료 수요도 증가하는데 의사들의 해묵은 논리로 더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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