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화불량"…과음 후 약도 안 통한다면 '이 질환' 의심해야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지만,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 몸속에도 이런 성격을 가진 장기가 있다. 바로 '췌장(이자)'이다. 췌장은 온종일 음식을 소화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드느라 바쁘다.
문제는 췌장이 아프거나 기능이 떨어졌다는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 대표적인 췌장 질환으로는 급성·만성 췌장염, 췌장 낭종(물혹), 췌장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흔한 '췌장염'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지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췌장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들어봤다.
급성 췌장염을 진단할 땐 초기에 증상과 혈액검사 결과 이상 소견으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영상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어느 정도 증상이 진행되면 췌장이 붓고, 주변에 침윤이 생기며, 심하면 일부 조직이 괴사한다. 영상으로는 췌장이 붓는 단계부터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대체로 소화불량을 동반하는 정도다. 소화 효소 부족으로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 정도가 나타나다 보니 췌장질환을 의심하기 어렵다. 김 센터장은 "위장약 등을 먹었는데도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다른 문제가 아닌지 확인한다"며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췌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때 주로 복부 CT나 복부 MR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췌장염은 정상적이던 췌장 세포들이 염증을 앓는 가운데 섬유조직으로 변해가면서 췌장 전체가 매우 딱딱해져 기능을 잃는 병으로, 처음부터 만성형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급성 염증이 만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구에선 10만 명당 5~10명의 빈도로 발생하며, 일본은 더 높은 빈도를 보인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이것을 췌장암의 원인 질환으로 본다.
김 센터장은 "음주로 유발되는 급성 췌장염이 한 번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술을 약간만 마셔도 계속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금주가 필수"라며 "만약 만성 췌장염으로 진단된 경우 MRI 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이는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췌장염은 대부분 오랜 기간 지속해서 과음한 사람에서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담석 등도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아주 드물게는 자가면역성 질환, 특정 약물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췌장염은 아니지만, 췌장에 물혹이 발견됐다면, 물혹이 국소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이 역시 MRI 등을 활용해 췌장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는 게 권장된다.
김 센터장은 "하지만 아밀라아제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며 "아밀라아제와 함께 '리파아제(Lipase)'라는 효소 수치가 같이 오르지 않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은 초기에는 CT를 통해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급성 췌장염이 있는데 원인이 불분명하다면 혹시라도 다른 원인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MRI를 활용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이 위축되는 소견'과 '석회화 진단'이 관건이다. 이렇다 보니 MRI보다 CT가 진단에 유용하다. 하지만 진단 이후 췌장암 발생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 정기적인 MRI를 시행하는 게 권고된다.
만성 췌장염이 100% 암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성 췌장염을 가진 경우 췌장암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어, 이를 진단받은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사해 암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게 유리하다. 김 센터장은 "췌장은 아파도 증상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이런 건 암도 마찬가지"라며 "평소 췌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게 췌장 질환을 예방·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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