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설탕 가격 상승 이제 시작?…기후 위기가 식탁 덮친다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설탕 값 얘기네요. 설탕 값이 요즘 자꾸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죠. 일단 우리나라에선 올해 연말까지는 지금 가격이 유지된다는 거죠?
<기자>
요즘 슈거플레이션이라고 하죠. 설탕발 먹거리 물가 상승 불안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일단 연말까지 두 달 정도 시간을 벌긴 했지만, 국제 설탕 가격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우리도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국제 설탕 가격은 이번주에 12년 만의 최고가 기록을 다시 한번 세웠습니다.
올해 들어서 자꾸만 30년 만의 설탕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났던 2010년대 초반 대의 그 가격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 제당업계는 어제(19일) "내년 초까지는 설탕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고 입장문을 냈습니다.
국제 설탕 원료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올라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4개월 정도는 생산 원재료를 확보해 둬서 당장은 국제 가격을 따라서 설탕값을 더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제 정부가 먼저 당분간 설탕 가격이 동결될 거라고 사실상의 예고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슈거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최근에 커지면서, 정부가 업계에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를 먼저 촉구한 거나 마찬가지고 업계가 부응했다, 이렇게 보기도 합니다.
제당업계는 앞서 지난여름에 이미 국제가격을 반영해서 설탕값을 한 번 올렸고요, 이번에 추가 인상은 안 하기로 한 겁니다.
<앵커>
이유도 짚어주시죠. 설탕 원료 가격이 왜 이렇게 자꾸만 오르는 겁니까?
<기자>
역시 첫 번째 이유는 이상기후입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인도의 한 언론사가 지난 5월에 보도했던 영상인데요.
가뭄이 너무 심해서 이렇게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요, 물 한 동이를 뜨려고 깊은 우물로 내려가서 거의 마른 바닥에서 흙탕물을 퍼올리는 모습을 보여서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던 영상입니다.
이걸 지금 보여드리는 이유는 인도 주민들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지만 바로 이 지역이 인도의 사탕수수 주재배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당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데요.
올해 방금 보신 것 같은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지금도 일정량으로 제한하는 원당 수출을 아예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 안에서 쓸 것도 지금 부족하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인도가 아니라, 호주랑 태국 원당을 수입하긴 하는데요.
인도의 수출량이 줄어들면 국제 가격은 뛸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우리가 설탕을 수입하는 태국도 역시 가뭄 때문에 올해 설탕 생산량이 평년보다 20%가량 줄어들 걸로 전망돼서요.
국제 가격이 더욱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이유를 더 찾아보면요. 인도가 아무리 그래도 설탕 원료 수출을 아예 금지하려고 하는 것은 먹는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도가 사탕수수로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휘발유에 섞어 쓰는 바이오에탄올, 이걸 사탕수수로 만드는데요.
지금 인도 정부가 사탕수수를 이용해서 바이오에탄올 만드는 데 적극적이거든요.
앞서서 세계 최대 설탕 생산지인 브라질에서도 비슷하게 자국에서 많이 나는 사탕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많이 만들기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설탕 가격을 자극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기후 변화가 우리 식탁에도 계속 이렇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쉽게 안 바뀔 것 같다는 게 더 문제겠죠?
<기자>
엘니뇨,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난 6월에 공식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선언됐습니다.
지난 6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기도 했죠.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영향으로 이상고온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게 되는 기후 현상인 엘니뇨는 한 번 발생하면 몇 년씩 이어지는데요.
앞으로도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커피랑 설탕 가격이 엘니뇨 때문에 좀 더 출렁일 수 있다는 게 KB금융연구소의 추산입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현상은 커피랑 사탕수수를 많이 키우는 아시아 지역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올 겨울도 걱정이지만요. 1년 뒤에 내년 겨울쯤에야말로 에그플레이션, 즉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더 나아가서 식량 안보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렇게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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