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듣는’ 프랑스·독일 피아노 거장들이 온다
라모·드뷔시 등 佛 작품만 구성
“악보 갇히지 않고 가볍게 터치”
유럽의 대표적인 클래식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내한 독주회를 연다. 영화 음악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우아한 프랑스 피아니즘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독일 피아니즘의 정통 계승자인 게르하르트 오피츠는 우직하고 성찰적이며 힘이 있다.
오는 26일과 내달 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독주회는 프랑스 피아니즘과 독일 피아니즘을 연달아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7년 만에 내한하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는 “때때로 피아니스트들은 음악을 ‘악보대로’ 연주하면서 즐거움과 우아함을 잊어버리곤 한다”며 “프랑스 음악을 잘 해석하려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을 예로 들며 “무대에 오를 때는 너무 많은 지식을 갖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흘러가는 것처럼 연주해야 한다”며 “라벨은 밤에 자주 놀러 나갔고 레어 스테이크를 즐겼으며 재즈를 사랑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타로는 이번 공연에서 라모, 드뷔시, 라벨, 사티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독주회를 구성했다. 그는 “라모는 드뷔시의 할아버지와 같고, 라벨은 쿠프랭과 사티의 후손이다. 그리고 샹송 가수 바르바라는 라벨과 사티로부터 그리 멀리 있지 않다”며 “이들은 3세기에 걸친 거대한 음악적 가족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로크 시대 작곡가 라모를 ‘프랑스의 바흐’라고 칭하며 “현대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에 비해 모든 것이 무거워 보이기 때문에 건반을 가볍게 터치하려고 매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서 바로크에서부터 프랑스 대중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가진 타로의 면면이 묻어났다. 그는 “서로 다른 시대의 작곡가들은 서로 유사한 관계성을 지니고 충돌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덧붙였다.
타로는 영화음악 앨범을 따로 낼 정도로 영화와 영화음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에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역할로 출연했을 정도다. 그는 존 윌리엄스, 필립 사드, 엔니오 모리코네, 미셀 르그랑 등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클래식 음악에서 비롯됐지만, 클래식계는 종종 그들을 제쳐뒀다”고 말했다. “고백하자면 저를 매료시키는 것은 주로 영화음악 작곡가들이에요.”
내달2일 게르하르트 오피츠
슈베르트·리스트 레퍼토리 선봬
“지성과 감성 모두 동원해 연주”
빌헬름 켐프, 클라우디오 아라우 등 20세기 독일의 위대한 피아노 계보를 잇는 오피츠는 독일 피아노 음악을 “문화유산의 최고점”이라고 칭하며 “수세기에 걸쳐 쌓인 귀중한 보물에 다가가기 위해선 지성과 감성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피츠는 “독일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작곡가들을 포함해 독일어를 사용하는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는 내게 음악적 모국어 같다”며 “그들과 함께하며 편안함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남긴 예술적 메시지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더 성숙한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독주회에서 슈베르트와 리스트 작품을 연주한다. 오피츠는 “이들은 19세기 최고 수준의 독창적인 작곡가”라며 “피아노가 그들의 주요 악기였기에 피아니스트들에게 인상적인 보물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선보이지 않지만, 독일의 대표적 작곡가인 브람스에 대해선 ‘솔메이트’(soulmate)라 칭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오피츠는 “브람스는 내성적이었고, 더 깊은 삶의 감각을 찾으려 했으며, 동료들의 말을 압도하는 것보단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편이었다”며 “그의 성격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익숙해질수록 솔메이트로 여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오피츠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할 땐 그의 오페라를 숙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고,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가곡 세계를 알아야 한다”며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 레퍼토리를 넘어 교향악, 실내악, 오페라, 가곡 등 넓은 레퍼토리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호기심을 바치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평생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시간에 비해 피아노 세계 밖의 모든 음악 영역을 탐험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음악의 보물을 위해 더 깊고 넓은 지식을 탐구하세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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