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 황현산 별세 5년 만에 나온 시집 '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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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보들레르 시 '여행'에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였던 고(故)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생애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시집 '악의 꽃' 완역판이 고인이 작고한 지 5년 만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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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작업실 컴퓨터서 원고 찾아 뒤늦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보들레르 시 '여행'에서. 황현산 옮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였던 고(故)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생애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시집 '악의 꽃' 완역판이 고인이 작고한 지 5년 만에 출간됐다.
출판사 난다는 불문학자 황현산의 번역으로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완역판을 최근 펴냈다.
이번에 번역된 '악의 꽃'은 보들레르의 프랑스어 원전 시집 2판(1861년)을 기준으로 삼되 1판에서 당시 프랑스 법원에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시 6편을 추가했고, 3판에서 가져온 12편의 시까지 넣었다.
'악의 꽃'은 현대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전 중의 고전으로, 국내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번역돼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완역판 출간은 생전에 마음을 울리는 글로 적지 않은 독자층을 거느렸던 고 황현산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혼신을 다해 매달렸던 마지막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크다.
고인이 작업한 '악의 꽃' 완역판 원고는 2021년 고인의 아들이 경기도 포천의 작업실 컴퓨터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파일의 최종 수정 시간은 2018년 7월 1일 오전. 황현산은 이 원고를 수정하고서 얼마 후 7월 중순 마지막으로 입원했고, 그해 8월 8일 암으로 숨을 거뒀다.
고인의 아들 황일우 씨는 시집 말미에 "돌이켜보니 아버지가 '악의 꽃' 번역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주석은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면서 "어머니에 따르면 어느 날 아버지가 '악의 꽃' 번역을 끝냈다며 좋아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원고를 보며 몹시 치열했을 당신의 그해 여름을 떠올려본다"고 적었다.
원고 발견 당시 번역은 완성돼 있었지만 주석은 없었다고 한다. 고인은 생전에 번역을 마치고서는 주석을 다는 작업을 계획 중이었지만, 병마로 인해 끝내 손을 대지 못했다. 대신 유족은 '원 텍스트를 최대한 그대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별도의 주석 없이 출판하기로 했다.
번역하며 고뇌한 흔적을 붉은 펜으로 남긴 부분은 편집자 미주로 책의 끄트머리에 추가했다.
고인의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젊은 시절 출판 편집자이기도 했던 부인 강혜숙 씨도 출판사의 최종 교정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황현산의 '악의 꽃' 번역에 대한 생각은 그가 작고 두어 달 전에 출간한 산문집 '사소한 부탁'에도 자세히 나온다.
그는 "프랑스어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다 보면 용납할 수 없는 구멍을 만들어내는 시구들이 가끔 있다"며 "그 용납할 수 없는 구멍이 메워지는 것은 내 번역 역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두 언어를 둘러싼 문화적 환경의 발전과 독자들의 드높아질 통찰력에 의해서일 것"이라고 적었다.
난다. 376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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