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낙하산" 尹 인수위 출신 인사 자폭·'제2의 한동훈' 전언도 논란[영상]
대통령실 정무 수석, 오세훈 시장, 원희룡 장관 등과 인맥 과시성 발언도 담겨
이 부사장 채용 과정에 국민의힘, 대통령실 인사 등 개입 여부 추궁
"영향 미친 사실 없다" VS "윤 대통령의 공정·상식, 가식·위선으로 만든 것"
이재환(57)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스스로 자신을 향해 '낙하산' 이라고 자폭한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 부사장 취임 4개월여 후 열린 '직원(차장급)과 대화' 행사에서 자신을 '낙하산'이라고 자인(自引)한 영상이 국정 감사장에서 방영된 것.
이뿐 아니라 공개 영상에는 이 부사장이 대통령실 고위 인사, 장관, 단체장 등을 거론하며 인맥 과시성 발언을 한 장면도 담겨 있어 논란을 더한다. '낙하산' 발언에 더해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언급된 영상은 1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국정 감사의 핵심 이슈가 됐다. 이날 출석한 19명 기관 증인들 중 이 부사장에게 질의가 집중된 이유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인사다. 그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산업 생태계 분과 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상임 자문 위원 등을 역임했다.
임종성(민주)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제의 영상에서 이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저 낙하산이잖아요, 낙하산. 그분도 낙하산으로 저처럼 오신 분이니까 빨리 짐을 싸실 생각을 하고 계셨을 거고"라고 언급했다. 실력보다 권력과 인맥을 통해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또 이 영상에서 이 부사장은 권력 실세들과 친분도 과시한다. "베를린 있을 때 연락이 와서 대통령 특사단으로 말레를 갔으면 좋겠다 해서 제가 한국에 들어와서 며칠 있다가 정무 수석님 하고 대통령 특사단으로 다녀와서 일했고, 오세훈 (서울)시장하고도 안 지가 뭐 15년 이상 되고 해서. 그리고 제가 지난달에 이미 원희룡 선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서 요청을 했고"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영상과 관련해 임 의원은 이 부사장에게 오 시장, 원 장관과 친분을 언급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질의한데 이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 수석 하고도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고 하던데 맞나"라고 물었다. 이 부사장은 "전체적인 진위가 조금 사실과 다르나 영상에 나온 것은 제가 한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임 의원은 또 "이 부사장은 대선에서 당시 윤 후보 캠프와 인수위에 참여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이나 대통령실, 정부 인사들과 정치적 관계, 친소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의 임원 채용 과정에 이들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친 사실이 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 부사장은 "영향을 미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고, 임 의원은 "(그럼) 어떻게 부사장이란 사람이 직원들 앞에서 내가 '낙하산' 이라는 말을 할 수 있나. 공사 직원들이 느꼈을 자괴감에 대해 생각해 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 의원은 "이 부사장이 윤 대통령 캠프 인수위 출신이라는 사실을 직원들 대부분은 안다. 그런데 부사장의 '낙하산' 한 마디가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을 가식과 위선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인사가 윤 정부의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서) 김장실 공사 사장은 이 부사장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했는데 정작 사장이 채용하고 임명한 이 부사장은 공사 직원들 앞에서 '낙하산' 이라고 양심 선언을 했다. 부정 채용을 고백한 것이다. 채용 과정에 비위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또는 감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개호(민주) 의원은 "양심 선언인지 모르겠지만 ('낙하산' 자인 발언은) 유사 이래 처음인 듯 하다. 권력의 줄을 타고 임용됐다는 취지일 것" 이라고 일갈했다. 이 부사장은 "당시 언론에 '낙하산' 명단이 수시로 나왔고 노조에서 '낙하산' 물러나라고 계속 얘기해서 차라리 (내가) 인정할 테니 일하게 해달라고 했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사장의 또 다른 여러 발언 정황도 문제가 됐다. 류호정(정의당) 의원은 "국감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전해 들었다. 이 부사장이 '국감에 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제2의 한동훈'이 되어서 나에게 질문하는 의원들을 오히려 곤란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던데, 좀 알아 보니까 한 장관이 법사위에서 했던 것처럼 민주당 의원들 곤란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전체적인) 질의가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김윤덕(민주) 의원은 이 부사장이 홍보 회의에서 한 발언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을 '촌동네' 라고 표현한 부분을 문제 삼아 관련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 부사장은 "회의할 때 한 얘기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사장의 전횡과 표적 감사 의혹 질타 vs "사실과 다르다"
이 부사장의 각종 전횡, 표적 감사 등의 의혹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전횡 의혹이 나오고 외부 강연을 기획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등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러면 다른 목표 때문에 부사장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종성 의원은 공사 A직원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 등에 대해 언급하며 "'낙하산' 부사장이 규정대로 업무를 추진하던 직원에게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공사 사장에게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후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이 지적한 표적 감사 의혹에 대한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공사 A직원은 업무 협약을 추진하면서 이 부사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 감사실로부터 특정 감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부사장이 A직원의 감사 의뢰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공사 감사실은 관광산업본부의 요청으로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A직원의 지시 불이행 지적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였다. 이 부사장은 공사의 관광산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감사 의뢰는 관광산업본부의 팀장, 본부장, 사장의 결재를 통해 이뤄졌다. 이 부사장은 겸직 부서의 팀장이 감사 의뢰를 기안했고, 이 부사장이 결재를 한 셈이다. 다른 본부 소속인 A직원에 대한 감사 요구 주체가 사실상 이 부사장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A직원에 대한 감사 결과도 표적 감사란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감사 결과 이 부사장의 지시를 불이행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공사 감사실의 감사 결과 보고서(관광산업본부 요청 특정 감사)에 따르면 감사실은 'A직원이 공사의 취업 규칙, 직제 규정, 위임 전결 규정 등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A직원은 공황장애 질환으로 휴직 중이다.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 이 부사장은 국감장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계속 부인했다. 그러면서 "A직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공사 경영본부에서 감사로 실체를 밝히는 게 좋다고 해서 감사가 이뤄졌다. 지시 불이행이 아니면 왜 나에게 결재를 가지고 왔겠냐"고 반박했다.
공사 감사실 고위 간부는 표적 감사 의혹에 대해 "임원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장의 최종 판단으로 상임 감사에게 공문으로 요청한 것으로 표적 감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날 'K-관광의 새로운 리더십 이재환 부사장의 6개월 활동'이라는 자막과 사진 다수가 담긴 이 부사장의 개인 홍보용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의 경우 제작 등에 공사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내가 제작한 것이 아니다. 공사 관광산업본부 산하의 부서장이 강의를 요청해 만들어진 소개 영상"이라며 공적으로 사용된 영상임을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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