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사막에 나무 5000그루

박상현 기자 2023. 10. 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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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한일 국제환경상] 한국 수상자 - 산자연중학교

제29회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2016년부터 7년간 아이들 손으로 몽골 사막화 지역에 나무 5000여 그루를 심은 ‘산자연중학교’와 닭장식 축사를 거부하고 건강한 낙농법을 개발해 온 ‘마이페이스 낙농교류회’가 선정됐다. 지난달 22일 한국 측 본선 심사에는 김명자 위원장 등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산자연중학교’는 전교생이 43명이다. 보통 학교처럼 국·영·수 과목도 배우지만, 시간표 중간중간 ‘노작(勞作)’ ‘약초 효소’ ‘생태’ 등 특별한 교과목이 편성돼 있다. 이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하천 녹조를 제거하며, 탄소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공교육 과정을 밟으며 ‘환경 감수성’을 기르고,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 산자연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 학생들은 국·영·수 수업 외에 농사짓기, 나무 심기, 하천 살리기 등 환경 관련 수업을 받는다. /김동환 기자

산자연중학교의 씨앗은 2003년 정홍규 신부가 만든 ‘오산자연학교’다. 도시화와 함께 자연과 멀어졌던 아이들을 산과 들, 냇가로 돌려보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게 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다. 날로 악화하는 기후 위기를 어릴 때부터 피부로 느끼게 해 환경 보전에 앞장서는 사람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있었다. 이때 시작된 ‘녹색 생태 교과과정’이 무르익어 2014년 경북교육청이 산자연학교를 학력 인정 대안 학교로 정식 인정했다. 이젠 전국 각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산자연학교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배우고자 영천으로 몰려들고 있다.

입학생 3명으로 출발한 산자연중학교는 개교 9년이 지난 현재 1학년 두 반, 2·3학년 각각 한 반 등 총 네 반으로 규모가 커졌다. 환경 수업은 모두 교실 밖에서 진행된다. ‘노작’ 수업 땐 아이들이 학교 텃밭으로 나가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체험한다.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인내와 끈기를 배우고, 결과 중시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사고도 기를 수 있다. 이주형 교감은 “농작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지 아이들 스스로 일깨우게 하는데 음식을 남기거나 편식하지 않는 교육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약초 효소’ 시간엔 아이들이 산으로 가 여러 효능을 가진 약초를 직접 채취해 차(茶) 티백을 만들고, ‘생태’ 수업 땐 생활 폐품을 주워 친환경 화분으로 만든다.

교실은 국경도 넘는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2016년부터 매년 5월마다 몽골로 떠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만드는 사막화 현장을 직접 찾아 심각성을 깨닫고, 직접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도 전교생이 몽골 아르갈란트 솜 지역을 찾아 현지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코로나 여파로 2020~2021년엔 묘목 630그루 값의 성금을 보냈지만, 올해까지 7년간 양국 아이들 손으로 총 5000여 그루를 몽골 현지에 심었다. 이 숲엔 ‘생명·사랑·나눔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양국 아이들의 노력이 몽골 사막 한가운데에 남는 것이다.

“국경 넘어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아이들 키워요”

산자연중학교 임석환 교장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산자연중학교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뜻을 받들어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가톨릭교회가 나서서 행동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집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창조물을 보호하라”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평화생태학 메시지를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고자, 산자연중학교는 2014년 개교 당시부터 생태 문제를 교육의 중심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학생들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시켜 생태 교육의 장을 마련했고, 지역사회에선 아이들이 중심이 된 생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손으로 지구를 위한 희망을 심는 작업은 교실과 지역, 그리고 국경까지 넘었습니다.

이번 국제환경상 수상이 환경 보전의 사명이 전 국민, 나아가 전 인류가 가져야 할 사명이며 우리에게 당면한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힘쓰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보재가 되길 바랍니다. 지구 환경을 살리는 작은 발걸음에 큰 힘을 실어주신 조선일보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산자연중학교는 환경 보전을 위한 생태 교육과 활동에 열심히 매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국측 심사위원

김명자 심사위원장

▲김명자(金明子·사진) 심사위원장 카이스트 이사장,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전 환경부 장관

▲문길주(文吉周)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재천(崔在天) 이화여대 석좌 교수, 전 국립생태원 원장

▲황진택(黃鎭澤) 제주대학교 교수,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이병욱(李炳旭) 전 세종대학교 교수, 전 환경부 차관

▲홍준호(洪準浩) 조선일보 발행인

일본측 심사위원

마에다 히로토모 심사위원장

▲마에다 히로토모(前田浩智·사진) 심사위원장, 마이니치신문 주필

▲이마이 미치코(今井通子) 전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의사, 등산가

▲오쿠보 나오다케(大久保尙武) 일본경단련자연보호협의회 특별고문

▲가토 사부로(加藤三郞) 환경문명21 고문

▲구라바야시 마사토(倉林眞砂斗) 조사이 국제대학 부학장

▲하라 쓰요시(原剛)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마이니치신문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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