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마인이스, ‘중고 의류 시장 혁신 가설’에 시드부터 투자한 이유
@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유료 구독자는 시즌8의 12곳 스타트업 창업자 이야기와 함께 이전에 발행한 100곳 이상의 스타트업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유료 가입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입니다. 무료 가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최근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흔치 않게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대상은 패션 리커머스 서비스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다. 심지어 당시 마인이스는 시드 투자를 끝낸 상황이었는데 기업을 설득해 투자했다. 이미 중고 거래 서비스(앱/플랫폼)를 대표하는 곳들이 많은 이 시장에서 마인이스의 어떤 점이 특별했을까?
성공적인 스타트업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 큰 욕망을 2. 쉬운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3. 충분히 강한 팀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투자할 때 나는 저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는 회사를 찾아보려고 한다. 특히, 해결 방안과 강한 팀이 아직 무르익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욕망이 있는 시장을 잘 찾아내는 대표라고 생각한다.
패션시장은 이미 큰 욕망이 거대한 방식으로 풀려나가고 있는 시장이었다. 무신사, 스타일쉐어, 지그재그와 같은 커머스부터 런드리고, 위시스왓과 같은 세탁 서비스까지 거대한 플레이어들이 충분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었고 더 이상 다루어질 만한 욕망은 없어 보였다. 김혜성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440억 달러가 넘는 중고 의류 시장
어느 날, 과거 다른 비즈니스를 통해 알게 된 김혜성 대표를 만나게 됐다. 그는 자신이 테스트하고 있는 중고 의류 시장의 사업모델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김혜성 대표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옷장에 안 입는 옷들이 20-30개씩은 있다. 그 옷들을 중고 플랫폼에서 팔려면 일일이 다 물건을 올리고, 약속을 잡아 만나서, 정산까지 받아야 하는 몹시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팔아야지’ 생각만 하다가 그냥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옷들을 수거해 새 옷처럼 깨끗하게 검수한 뒤, 대신 판매해 판매대금의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위탁 사업모델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전세계 중고의류 시장 규모는 440억 달러로 보고 있었고, 내년에는 520억달러, 27년에 7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국내 시장은 약 4-5조 규모였다. 이 시장의 주축은 MZ세대로, 국내도 해외와 별반 차이 없이 그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었다. 글로벌 중고의류 시장의 규모와 국내 시장규모, 김혜성 대표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에는 공감했다. 다만, 실제 솔루션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들이 어떻게 나뉘고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고 이것이 국내 중고 의류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할지도 의문이었다. 아직 서비스가 없었던 김혜성 대표는 “적은 리소스로 빠르게 해당 내용을 테스트해 보고, 앞으로 데이터를 뽑아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 것이 ‘차란’과의 첫 만남이었다.
◇C2C 중심 구제 의류 매커니즘을 시장을 빠르게 자동화
이후 김혜성 대표가 팀도 어느 정도 꾸리고 서비스도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1년 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만남을 이어갔다. 그동안 김혜성 대표는 성공했던 가설과 실패했던 가설들을 공유했다. 특히 성공한 가설을 기준으로 다른 작은 가설로 발전시키는 모습이나 실패한 가설에 대해서도 빠르게 인정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설들을 빠르게 만드는 속도감 있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이 과정에서 김혜성 대표가 시장에 존재하는 욕망을 조금씩 구체화하고 정확한 위치를 잡아나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페르소나에 대한 가정이나 간단한 스토리텔링, 설문조사 등으로 시장의 욕망을 포착해나가는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설 검증 기간동안 시장과 욕망에 관한 문제만을 푼 것도 아니었다. 중고의류 판매를 둘러싼 여러 번거로움 중에서 회사가 유저를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다양화했다. 온전한 중고의류 거래를 위해 검수, 세탁, 배송, 분류, 검색, 가격 결정, 구매자 탐색, 진품 확인, 할인폭 결정, 환불,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옷을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 탐색만을 플랫폼이 대행해주는 것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진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거래 중개인 또는 판매자가 매입을 통해서 대부분의 기능들을 직접 수행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방식으로 구제 의류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C2C(Customer to Customer) 거래가 중심이라 사용자에게 무한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단점이자 장점인 시장이었다. 판매자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격 책정, 이미지 등 상품화 과정의 많은 부분이 셀러의 영향을 받았다.
결국 이 사업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류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달려있었다. 마인이스는 여러가지 테스트를 통해 거래 과정 속에서 가장 사람들이 번거로워하는 주요 요소를 찾고, 이 중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기능을 다듬어 나갔다. 특히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게 중요했다. 차란 스튜디오를 통해 수거한 상품의 가격 책정부터, 촬영, 등록 등 상품화 하는 과정을 자동화 하여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해냈다.
차란이 알파 테스트, 클로즈 베타, 베타를 마치고 정식 서비스로 출시하기 직전에 김혜성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인 프로덕트로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필요한 인력들을 모아 운영단과 물류단의 시스템을 갖추고 서비스를 진행했다. 김혜성 대표가 항상 강조하던 팬들을 만들며 차곡차곡 성장하겠다는 전략이 데이터로 확인한 높은 재구매율을 기반으로 실행으로 옮겨졌고, 초기 스케일을 통해 숫자로 증명했다.
◇월 거래액 100%씩 증가
앞서 마인이스가 세웠던 여러 가설 중에 일부가 증명되면서 월간 100%씩 거래액이 성장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했다. 짧은 기간 내에 이 수준까지 프로덕트를 이끌어 낸 부분을 높이 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투자하기에 너무나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고, 시드투자가 이미 끝났음에도 김혜성 대표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시드 마지막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시드 단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하우스다. 하지만 김혜성 대표의 실행력과 사업을 풀어가는 방법론에 확신을 갖게 되었을 때, 시드 단계라는 이유만으로 투자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투자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마인이스에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시장 접근법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 그리고 김혜성 대표와 함께 하는 강력한 팀이 있기 때문이었다.
투자를 집행한 뒤의 성장은 이제 김혜성 대표과 마인이스 팀의 몫이다. 다만 1년 넘게 지켜본 결과 적어도 지금은 대중을 타겟하는 온라인 세컨핸드 위탁 시장을 누군가가 풀어낸다면 마인이스 팀일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여성뿐이 아닌, 유아, 남성, 신발, 가방 악세사리 등 모든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온라인 중고 백화점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오랜 기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투자한 만큼 마인이스의 팀원들과 김혜성 대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고, 앞으로 성장을 더 기대해 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료사고 심의위 만든다... 필수의료는 중과실만 처벌토록
- 韓총리 “67학번인데도 입시 기억 생생…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
- IT회사까지 차려 4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한 일당 적발
- “수능 영어 1등급 비율... 작년 수능·9월 모평 사이로 예상”
- “마약 투약 자수” 김나정, 필로폰 양성 반응 나왔다
- “감사 전합니다”...총리실, 칠곡 할머니 래퍼들 부른 사연
- 도로석으로 쓴 돌덩이, 알고보니 현존 최고 ‘십계명 석판’
- “타인에 노출되는 것 두렵다”... 성인 5명 중 1명 심한 사회불안 느껴
- 직무대리 검사 ‘퇴정’ 논란…대검 “75년간 이어온 적법한 제도”
- 새 경북대 총장에 허영우 교수…“세계가 주목하는 ‘초일류 대학’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