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 만기 국채 금리 5% 돌파…‘매파’ 파월 발톱에 증시 찬바람 장기화하나 [투자360]
11월 FOMC에선 금리 동결 시사
5% 돌파한 美 장기 국채 금리…美 증시 3대 지수 ↓
국제 유가 90弗 육박…“코스피 2400선 유지 테스트 받을 것”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중한 단어 선택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과시하진 않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 본색은 숨길 수 없었다. 당장 앞으로 다가온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아닐지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치인 2%대에 도달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한 추가적인 경기 냉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 이자는 5%를 돌파하며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미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쏟아진 연준 내 ‘비둘기(완화 선호)’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2%대 물가 상승률이란 최종적 목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파월 의장의 매파적 움직임은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만큼 금리에 민감한 ‘기술·성장주’ 중심의 국내 증시도 고금리 장기화를 기본 상황으로 전제하고 지속적으로 하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으며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그 길이 험난하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기 위한 노력에 있어 단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사항은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선 경제 성장세가 현 상황보다 다소 냉각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지점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는 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 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FOMC에선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그동안 급격하게 진행한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추가적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면서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1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6%까지 반영했다. 하루 전 93.4%, 1주 전 86.7%에 비하면 11월 FOMC에서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시장의 확신이 더 강해졌단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태도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미 증시 마감 전에는 장중 4.996%까지 찍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 종료 후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5% 벽을 넘어선 것이다.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에 따른 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마감했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91포인트(0.75%) 내린 3만3414.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6.60포인트(0.85%) 하락한 4278.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8.13포인트(0.96%) 내린 1만3186.17에 각각 장을 끝냈다.
월가에선 최근 과도하게 낮아진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파월 의장의 의도가 적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표적 비둘기파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을 것이라고 꽤 분명히 말했다”며 “파월 의장은 자칫 재가열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11월 FOMC 개최 전 2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블랙아웃(통화정책 관련 발언 금지 기간)’에 앞서 마지막 공개 행보에서 파월 의장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미 연준의 최종 목표를 시장 참여자들이 잊지 않도록 하려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20일 국내 증시는 하락 출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코스피 지수가 0.3~0.7% 내외로 하락 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자 국제 유가가 상승 반전하고 국제 금 가격이 3개월래(來)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월가의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가 전일대비 10% 넘게 상승하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전날 코스닥 지수의 800선이 무너졌고, 20일엔 코스피 지수가 2400선 유지 가능성을 테스트 받을 것”이라고 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한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지난 이틀간 3.13%가량 올랐다.
여기에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과 위험 자산 회피 현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국내 증시에 가해질 고금리 장기화발(發) 하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인위적 수준으로 경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결코 과도한 대응이 아니라 교과서적인 방법”이라며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한 이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물가가 안착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피봇(pivot,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예상 시점은 최소 내년 하반기 이후”라고 강조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2018년 파월 의장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맞서 ‘오버킬(over kill)’이라 불릴 정도로 경기가 꺾일 때까지 긴축을 시행한 전력이 있다”며 “현재 주가 조정 향방은 긴축 완화 타이밍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국내 증시가 고금리란 터널에 들어선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출구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며 “장기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로 투자 전략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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