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얻었다"…더는 '초보' 방패 없다, 이승엽은 2024년을 구상한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미세하게나마 내년에 더 높이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가을야구 탈락의 아픔을 애써 삼키며 2024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두산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9-14로 역전패했다. 5위 두산은 1패를 안고 시리즈를 맞이하기 때문에 1, 2차전을 모두 이겨야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했는데, 1선발로 내세운 곽빈이 3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마운드 운용 계획이 완전히 꼬였다. 타선은 장단 14안타로 9점을 뽑으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가 사라질 때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미러클두산'의 기적은 올해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이 감독이 지난해 10월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가장 많이 붙은 수식어는 '초보'였다. 선수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한국프로야구 전설로 활약한 인물이지만,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로는 현장과 떨어져 있었다. 코치 등 지도자로는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두산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보다는 결과가 좋았다. 지난해 9위에 머물렀던 두산을 다시 5강 안에 들게 했다. 두산은 74승68패2무 승률 0.521로 5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에는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질주하고, 장기간 슬럼프에 빠졌던 베테랑 좌완 장원준이 130승을 달성하는 등 기분 좋은 기록들도 꽤 챙겼다.
선수 육성과 작전, 선수 운용 등 세밀한 데서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지만, 구단은 충분히 예상하고 감수하기로 마음먹고 이 감독과 손을 잡았을 것이다. 초보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부터 완벽한 과정과 결말을 바랐을 리 없다. 어쨌든 이 감독은 데뷔 첫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면서 최초 목표는 달성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 정규시즌, 포스트시즌까지 온전히 한 시즌을 다 경험했다. 이제 2024년부터는 '초보'라는 방패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 감독에게는 데뷔 시즌인 올해보다 어쩌면 내년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이날 패배로 2023년 시즌을 마감하면서 "1년이 끝나버렸다. 우리 선수들 덕분에 이렇게 가을야구까지 하게 됐다. 지난가을부터 준비하면서 첫 번째 목표로 가을야구를 하겠다고 잡고 여기까지 왔다. 일차적으로는 성공을 했지만, 1경기 만에 가을야구가 끝나 많이 아쉽기도 하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 데뷔 시즌이 어땠는지 묻자 "즐거운 적도 많았다. 선수들 덕분에 많이 이기고 가을야구도 했지만, 5할 승률 이상을 했다. 미세하게나마 내년에 더 높이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힘들었지만, 선수들과 재미있게 잘 지낸 것 같다. 내 부족한 점이 있기에 가을과 비시즌 동안 잘 채워서 내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잠시나마 2024년 밑그림을 그렸다. 보완할 점으로는 타선의 화력과 불펜 강화를 꼽았다. 두산은 올해 팀 홈런은 100개로 한화 이글스와 공동 3위에 오르며 상위권에 있었지만, 팀 타율(0.255, 9위)과 출루율(0.332, 8위) 득점(620득점, 8위) 등 대부분 공격 지표가 하위권을 맴돌았다. 양의지, 김재호, 양석환, 정수빈, 김재환, 허경민 등 베테랑들이 여전히 분투하는 가운데 타선에 활기를 더할 젊은 얼굴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게 뼈아팠다.
불펜은 특정 선수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필승조 김명신(70경기, 79이닝)과 정철원(67경기, 72⅔이닝), 홍건희(64경기, 61⅔이닝) 등 3명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정규시즌 막바지 과부하가 걸렸다. 세 투수 모두 급격하게 힘이 떨어졌고, 그 문제가 정규시즌 막바지 3위 쟁탈전을 펼칠 때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타선에 약점이 많이 보였다. 전체적인 팀 타율과 타점, 득점 이런 점에서 수치상으로 가장 하위권에 있다 보니까 투수들도 힘들게 한 시즌을 보낸 것 같다. 투수들이 부담감을 안고 실점하면 패한다는 생각으로 나가다 보니까 체력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피로도 많이 오 시즌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내년에는 공격적인 야구를 할까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올해 정철원과 김명신 둘이 많이 던졌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둘이었다. 내년에는 그런 선수의 비중을 많이 두기 보다는 분산해서 뒤에 던질 투수를 잘 준비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이제 내년을 위한 전력 구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마치면 2차 드래프트로 전력을 보강할 기회가 생기고, FA 시장도 열린다. 올해 내부 FA는 홍건희와 양석환이 있고,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와 투수 장원준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내야수 쪽 보강이 가능하면 시도를 하면서 뒷문을 강화할 카드들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육성과 관련해 "김동주와 최승용이 내년에는 더 좋은 투구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젊은 선수들이 부진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올라와 주면 활력소가 된다. 내년에는 직시 전력 요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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