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에서 만난 사람들] 20년 경력 '봇카' 인생의 짐 메고 행복의 속도로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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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카는 오제국립공원 내의 여러 산장으로 짐을 나르는 등짐 배달부다.
산장을 순환하여 배달하며, 경력이 짧은 봇카 뒤에는 선배 봇카가 거리를 두고 따라가며 다치진 않는지 살피며, 후배가 힘들어하면 짐을 덜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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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카는 오제국립공원 내의 여러 산장으로 짐을 나르는 등짐 배달부다. 일본 내에서도 오제국립공원에만 있는 직업으로, 50~100kg에 이르는 짐을 지게에 쌓아 배달한다. 우리나라에는 '행복의 속도'라는 EBS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이가라시 히로아키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이곳에서 2년 동안 함께 일한 봇카 후배 노조미씨와 결혼했다. 그는 가장 먼 곳의 산장에 배달을 가는 길이면, 일찍 출발해 위험 구간에서 기다렸다가 노조미씨가 무사히 지나는 걸 본 후에야 자신의 짐을 날랐다. 결혼 후 지금은 히로아키씨만 봇카로 일하고 있다.
지게에 탑처럼 쌓은 짐을 메고 좁은 목도를 걷는 일의 특성상,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마주쳤을 때 말을 시키지 않는 것이 불문율. 물론 쉬고 있거나 짐 없이 하산할 때는 말을 걸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하는 편이다.
체력적으로 고통스러운데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를 묻자 "자연을 사랑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 한다.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데, 이걸 참고 걷노라면 팔의 감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짐을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은 2주일에 한 번 운항하는 헬기로 나르며, 보통 채소와 식재료가 주된 배달 품목이다. 등산 시즌 때는 월요일을 제외한 날은 매일 짐을 나른다. 연간 30만 명이 찾아오고 외길 목도인 특성상, 정체로 인해 멈춰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리듬을 지키며 걷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그는 하루에 몇 kg을 메고 배달했는지, 얼마를 벌었는지를 중요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산장에 필요한 짐을 무사히 배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봇카 일은 철저히 혼자 하는, 자신과 싸우는 일이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저려오고, 무릎이 아파오는 와중에도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지켜야 짐이 쓰러지지 않는다. 아침에 출발한 짐은 정오 전에는 산장에 배달해야 한다. 동시에 봇카는 서로를 지켜준다. 산장을 순환하여 배달하며, 경력이 짧은 봇카 뒤에는 선배 봇카가 거리를 두고 따라가며 다치진 않는지 살피며, 후배가 힘들어하면 짐을 덜어 주기도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의 무게를 메고 걷듯 봇카 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신념과 심지가 제대로 있다면, 저 스스로 흔들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신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야죠. 봇카로서의 중심을 잡아야죠. 바람이 불어도 내 안의 신념을 굳건히 하면서 짐을 제대로 배달해야겠다는 생각만 해요. 이런 것들이 인생과 닮아 있어요."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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