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 현대인의 자화상…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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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이 서로를 오랜만에 만나 과거의 추억을 돌아본다.
두 사람은 초록색 벽지가 있던 호텔부터 친구의 집에서 벌어졌던 해프닝까지 서로가 가진 기억을 하나씩 맞추며 추억에 잠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기억이 엇갈리기를 반복하자 훈훈했던 분위기가 급변한다.
1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현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순간을 연극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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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너 내가 지금 언제 이야기하는지 알아?"
헤어진 연인이 서로를 오랜만에 만나 과거의 추억을 돌아본다. 두 사람은 초록색 벽지가 있던 호텔부터 친구의 집에서 벌어졌던 해프닝까지 서로가 가진 기억을 하나씩 맞추며 추억에 잠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기억이 엇갈리기를 반복하자 훈훈했던 분위기가 급변한다. 여자의 말을 알아듣는 척하던 남자는 여자의 질문에 순간 당황한 듯 황급히 주제를 바꾼다. 결국 머쓱해진 두 사람은 헤어지던 날을 이야기하다 다시 멀어진다.
1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현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순간을 연극으로 옮긴다. 헤어진 연인의 해후, 클럽에서 누군가의 뒷담화를 주고받는 상황 등 누구나 겪어본 적 있을 경험이 연극의 소재가 된다.
독특한 점은 짧은 장면의 개수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연극은 2∼5분 분량의 에피소드 76개로 구성된다. 서로 연관 없는 내용의 짧은 상황극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무대를 보고 있으면 인터넷에서 숏폼 영상을 연달아 시청하는 느낌이 든다.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영국 출신 극작가 카릴 처칠이 2012년 발표한 작품이다. 연극 '웰킨' 등을 선보인 진해정 연출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넘쳐나게 된 정보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은 정보를 갈망하게 된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 장면은 웃음을 끌어낸다.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잠에 쉽게 드는 법'을 묻는 문자를 보내고, SNS 알림에 잠이 달아났다는 듯 휴대전화에 빠져드는 에피소드는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외딴 지역으로 이사를 간 남자가 스마트폰과 라디오를 사용할 수 없다는 말에 좌절하는 상황도 공감을 샀다.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경쟁하듯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는 장면은 넘치는 정보가 만들어 낸 현상을 보여줬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 대신 각각의 장면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품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보다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자체에 집중한다. 이야기의 결론을 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면을 전환한다는 인상마저 받을 수 있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질문의 주제도 달라진다. 초반부 정보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제시하는 단편들로 관객의 관심을 끈다면 후반부에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사랑해'라는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흔하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랑의 의미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5명의 배우가 철학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을 현실적인 연기로 풀어낸다. 끊임없이 상황이 바뀌는 무대에서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100여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면서 생동감을 살렸다.
다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추상적인 주제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갑작스레 어려운 이야기를 마주치다 보니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인상을 줬다.
공연은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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