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탄 파월…5% 육박 국채금리에 흔들[월스트리트in]

이소현 2023. 10. 2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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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4.99%로 급등…2007년 후 최고 기록
다우지수 0.75%, 나스닥 0.96% 등 일제 하락
파월 "인플레 여전히 너무 높아"…'매파' 재확인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에도 유가 1% 넘게 상승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뉴욕증시가 압박을 받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 본색’을 유지하면서도 통화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하겠다고 해 시장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하고 장기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소식 등으로 국제유가도 1% 넘게 상승해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5% 육박’ 美 10년물 국채금리…美 증시 일제히 하락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5%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5% 내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96% 떨어졌다.

전거래일 대비 상승 출발했던 뉴욕 증시는 이날 정오 무렵 파월 의장의 뉴욕경제클럽 연설 내용이 전해진 뒤 급등락했다가 장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낙폭을 키웠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금리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이 “정책결정은 불확실성과 위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0.06% 하락한 5.16%를 기록했다.

그는 또 “매우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경제 활동에 중요한 위험을 가져오고 있다”면서 “매우 불확실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99% 선까지 치솟아 5%대를 향해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날 전거래일 대비 8.5bp(1bp=0.01%포인트) 상승한 4.987%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실상 5%에 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서 줄타기한 파월 의장의 발언도 미 증시 하락에 한몫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그 길이 험난하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약속에 하나가 된 상태”라고 강조하며 긴축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매파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 글로벌시장 전략 책임자는 “파월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서 계속 중간선을 걷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지만, 이번 주 소매판매와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고려할 때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이긴 어려워 선택지를 열어두고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나온 미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연준이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우려를 더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한 주 전 대비 1만3000건 줄었다고 밝혔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1월 중순 이후 9개월 만이다. 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만건)를 밑도는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노동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연준이 주시하는 고용지표 중 하나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미국의 주당 평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미국 고용시장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2주 앞으로 다가온 11월 금리결정 회의에서 동결 전망을 우세하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설 후 11월에도 현재의 금리인 5.25~5.5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99.0%를 기록했다. 12월13일 회의에서도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은 69.1%를 나타냈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대표는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예로 들며 “파월 의장 발언의 행간을 읽어보면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회의에서 확실히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집트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3분기 기업 실적 희비…중동 리스크에 유가↑

3분기 실적발표 기간에 진입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수년 만에 가장 부진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서 신중한 견해를 드러내면서 전장 대비 9.3% 급락했다. 넷플릭스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구독료 인상에 따른 수익성 증대 기대감에 16.05% 급등했다. AT&T도 이날 개장 전 발표한 실적에 힘입어 6% 넘게올랐다.

중동 전쟁 확전 공포에 국제유가 역시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한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는 지난 이틀간 3.13%가량 올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장중 2% 가까이 하락했으나 중동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다시 반등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지속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된 지상군에게 진입을 위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일 대비 12.20달러(0.6%) 상승한 온스당 1980.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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