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모나미 ‘경·철·윤’ 3형제 뿌리 깊은 ‘분할 경영’
장남 송하경 1990년 모나미 최일선 기폭제
뒤이어 첫째동생 송하철 ㈜항소 대표 합류
막내 송하윤 플라맥스·코스메틱 독자 경영
‘삼분지계(三分之計)’. 비록 장자(長子)가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삼형제가 모두 모태기업에 적(籍)을 두고 있다. 두 아우는 주요 계열사별로 가르마를 타서 독자 경영하고 있다. 형이 동생들의 활동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없다.
중견 종합문구업체 모나미(MONAMI) 송(宋)씨 일가의 현 2대(代)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하(河)’자 돌림 ‘경․철․윤’의 형제 경영이다. 아우들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진한 ‘핏줄 경영’은 뿌리가 꽤 깊다.
31살에 대표…장자 승계 ‘전광석화’
송하경(64) 현 회장이 가업 경영을 물려받은 때는 1990년 9월이다. 고(故) 송삼석 명예회장이 ㈜모나미를 창업(1967년 12월)한지 23년만이다. 회장에 오를 무렵 대표 자리를 아들 3형제 중 장남에게 물려줬다. 한마디로 ‘전광석화(電光石火)’라 할 만하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미국 로체스터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부친의 부름을 받고 ㈜모나미에 발을 들인 게 25살 때인 1984년 4월이다. 이어 31살에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할 즈음이었고, 이듬해 부사장, 2년 뒤에는 사장에 올랐다.
2대 경영자로서의 위상은 확고하다. 송 회장은 30여 년간 모태이자 주력 중의 주력사 ㈜모나미 대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태국 모나미타이랜드(Monami Thailand) 대표도 겸하고 있다. 1989년 2월 설립된 첫 해외 계열사이자 유일한 해외 생산법인이다.
딱 여기까지다. 9개(국내 6개·해외 3개) 계열사 중 ㈜모나미와 태국 법인 말고는 대표 명함을 가진 곳이 없다, 이사회 명단에서 조차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한 핏줄’이 대신하고 있다. 두 동생 송하철(62) 부회장과 송하윤(60) 사장이다.
2대 경영승계가 이뤄진 1990년이 3형제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12월 모나미컴퓨터시스템(원메이트·2012년 12월 ㈜모나미에 흡수합병), 태국 법인에 이어 ㈜항소(恒笑)가 만들어진 게 이때다. ㈜모나미의 수입판매 부문을 따로 떼어 냈다.
큰동생, ㈜모나미보다 벌이 좋은 ㈜항소 경영
창업주가 1990년 9월 ㈜항소 설립 5년 뒤인 1995년 6월 대표 자리에 앉힌 이가 차남 송하철 부회장이다. 미국 주지메이슨 대학원을 마친 뒤 34살 때다. 이사회에는 한 해 전(前)에 합류했다. 지금껏 독자 경영하고 있다. 막냇동생도 한때는 이사회 멤버였지만 2014년 4월 자리를 비웠다. 형은 일절 발을 들인 적 없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는, 1999년부터 ㈜항소 지분도 소유 중이다. 비록 얼마 안되지만 ㈜모나미(94.5%)에 이어 3.75% 2대주주다. 이런 맥락에서 송 부회장은 ㈜항소 대표로서 존재감을 더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모나미에도 적을 두고는 있지만 형제들에 비해 한 발 비켜나 있다. 2004년 1월부터 오랫동안 ‘비상근’ 감사직을 가졌다. 2018년 송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할 무렵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지만 ‘고문’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항소는 기업볼륨이 ㈜모나미에 비할 바 못되지만 띄엄띄엄 볼 곳이 아니다. 총자산(2022년 말) 476억원으로 ㈜모나미 본체(별도기준 1660억원)의 29% 수준이다. 매출 또한 모나미(1110억원)의 4분의 1(258억원) 정도다.
알짜다. 파카(Parker), 워터맨(Waterman), 톰보, 몰스킨, 스타빌로 등 유럽․일본 문구용품 수입․유통업체다. 송 부회장이 대표에 오른 1995년 이후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최근 들어서는 벌이가 더 좋다. 2020년 3억원 남짓에서 2021년 32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34억원을 벌어들였다.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모나미(13억원) 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런 이유로 이익잉여금 420억원이 쌓여 있다. 재무건전성도 토를 달만 한 게 없다. 차입금이 사실상 ‘제로(0)’다. 현금성자산이 180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8.8%에 불과하다.
새로운 먹거리 화장품에 꽂힌 막내
송 회장이 ㈜모나미 사장에 오른 1993년은 막냇동생 송하윤(60) 사장이 ㈜모나미 경영에 입문한 해이기도 하다. 연세대 재료공학과, 미국 플로리다공대를 졸업한 뒤 30살 때다.
특히 작은형 송 부회장과 달리 1995년 3월부터는 줄곧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모기업 경영 참여의 깊이가 남다르다. 주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역시 2018년에 사장 명함을 판 뒤 큰형과 함께 총괄업무를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모나미코스메틱 대표로서 존재감이 더해진다. 이사진이 송 사장 딱 1명이다. 전권(全權)을 쥐고 있다.‘[거버넌스워치] 모나미 ①편’에서 얘기한 대로, 올해 1월 ㈜모나미기 51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색조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업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주도하고 있는 이가 실상은 막냇동생인 셈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송 사장이 ‘나홀로’ 등기임원인 계열사 또 있다. 모나미의 국내 3개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플라맥스다. 2021년 1월부터다. 1990년 2월 설립된 삼정(三正)산업을 전신(前身)으로 한 필기구 닙스(펜촉), 필터 등 문구류 부품업체다. 이밖에 폴란드 합작판매법인 제니스모나미(Zenith-Monami) 대표이기도 하다.
플라맥스의 경우 송 사장이 한 때 지분 15.06%를 갖고 있던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2015년 9월 유상감자를 통해 전량 정리했다. 지금의 플라맥스는 ㈜모나미(44.02%), 항소(30.50%), 엠텍(25.48%) 3개 계열사 소유다.
플라맥스는 외형이나 수익 측면에서는 ㈜모나미나 ㈜항소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 2018년 2월 ‘모나미153’ 볼펜 등 필기구류 완제품 조립 부분을 엠텍으로 떼어낸 뒤 작년 총자산이 121억원 정도다. 매출 123억원에 영업이익은 2억원 남짓이다.
모나미가 이렇듯 오랜 기간 3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아우들 없이는 송 회장의 지배기반이 취약해지는 점도 한 요인일 수 있다. 현 지배 체제가 형성하기까지의 과정도 꽤나 드라마틱하다. (▶ [거버넌스워치] 모나미 ③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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