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스포츠로 '장애의 벽' 허물죠"…SOK 이용훈 회장의 '러닝메이트론'

박대현 기자, 배정호 기자, 정형근 기자 2023. 10.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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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통합의 뿌리는 존중이다.

서로를 높이는 마음을 실마리(統) 삼아 전체를 이룬다(合).

존중감은 타인을 이해하는 면적을 넓힌다. 인종과 성별 그리고 '장애'의 장벽까지 허무는 힘이 있다. 통합으로 가는 빠르고 바른 길을 귀띔한다.

'통합스포츠' 역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통합스포츠는 발달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짝을 이뤄 정기적으로 훈련하고 경기에도 함께 나서 손발을 맞추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서로를 받아들이고 기량을 끌어올린다.

모든 선수가 동등한 팀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상호 교류를 이어 갈 수 있게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 이것이 통합스포츠의 주목적이다.

▲ '2023 스페셜올림픽코리아 K리그 통합축구 유니파이드컵'을 성료한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은 "통합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8일 대전 안영생활축구센터에서 인상적인 통합스포츠 이벤트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2023 스페셜올림픽코리아 K리그 통합축구 유니파이드컵'이 이틀간 열전을 마치고 성료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유니파이드컵은 발달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10명, 지도자 5명 등 25명으로 이뤄진 전국 K리그 1·2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소속 11개 통합축구팀이 출전해 각축을 벌였다.

대회를 3년째 주관해온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은 "통합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는 데 밀알의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면서 "승패를 떠나 공동체 정신과 페이플레이를 보여준 모든 참가자에게 따뜻한 격려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유니파이드컵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SOK가 2020년부터 의기투합해 열고 있는 통합축구 대회다.

축구를 매개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 벽을 허물고 사회적 포용과 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매해 참가 팀이 늘고 있다. 올해는 처음 대회에 나선 충남아산과 프로축구연맹을 포함해 총 11개 팀이 함께했다. 질적·양적으로 성장세가 꾸준하다.

이 회장은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전과 비교해) 선수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진 게 눈에 띈다"면서 "참가 규모, 인지도와 같은 외형적 성장은 물론 유니파이드컵이 (선수 기량 등) 내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며 환히 웃었다.

"유니파이드컵 성장은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SOK는 유니파이드컵 개최·운용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스포츠는 1986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효시다. 이후 3년간 시험 기간을 거쳐 1989년 정식으로 닻을 올렸다.

이 회장은 "복수의 여론조사가 통합스포츠가 지닌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응답자 가운데) 94% 이상의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발달장애인이 통합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정말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됐다.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은 그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아울러 경기력 향상 효과까지 (각종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결국 통합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라 얘기할 수가 있지 않을까 믿는다."

이 회장은 통합스포츠 외연 확장과 내실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외를 안 가리고 대회 개최 및 지원을 물심양면으로 거든다.

지난달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열린 '2023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국제통합스포츠대회'가 대표적이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에서 온 5개 통합스포츠 팀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39개 통합스포츠 팀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이 회장은 "통합스포츠 목적은 명료하다. 경기장 안에서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소속감을 갖고 (경기장) 밖에서는 상호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창안 취지"라고 역설했다.

대회 기간 열린 통합스포츠 종목은 총 5개였다. 축구(7인제), 농구(3인제와 5인제), 배구, 플로어볼, 배드민턴에서 수백 명의 발달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땀을 흘렸다.

개중 다수의 해외 참가자가 출전한 농구, 배드민턴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문화와 언어는 다르지만 스포츠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SOK는 지난 6월 열린 '베를린 스페셜올림픽 세계하계대회'와 '버투스(Virtus) 글로벌 게임'에서도 우군 노릇을 충실히 했다.

대회가 열린 독일 베를린, 프랑스 비시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A to Z를 책임졌다.

이 회장은 한국 선수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현장 지원 총괄은 물론 대회 전부터 선수 선발 공정성 확보와 육성까지 모든 업무를 손수 챙겼다.

SOK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은 베를린 스페셜올림픽에서 총 64개의 메달(금메달 25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16개)을 목에 걸었다.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꼽히는 버투스 글로벌 게임에선 금메달 4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SOK는 대회 지원에만 주력하지 않는다. 통합스포츠단 지원 사업으로 선수가 훈련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이 회장은 "통합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상당히 크다"면서 "사회 통합 관점에서 보더라도 의미가 깊은 스포츠"라고 힘줘 말했다.

"(통합스포츠) 대회장은 발달장애인 선수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파트너 선수에겐 실천적 경험을 제공하는 진정한 사회 통합의 장"이라며 "통합스포츠 활성화는 그래서 긴요한 과제다. SOK가 추구하는 참된 위드(with) 정신을 구현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통합사회 구축의 첫 단추다.

SOK는 이 단추가 좀 더 신속히 끼워질 수 있도록 지근거리에서 발달장애인체육계를 돕는 러닝메이트를 자처하고 있다. 'SOK의 달리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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