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방부 부장관 “尹 국빈 방문, 140년 한영관계에 경이적인 일”
尹대통령, 다음달 국빈 방문 예정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 분리돼있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올해로 140년을 맞은 한·영관계에 경이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될겁니다.”
애너벨 골디(Annabel Goldie)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방문한다. 올해 5월 열린 찰스 국왕의 대관식 이후 국빈 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첫 외국 정상이 됐는데 한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유사 입장국이고, 2021년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남중국해에 보내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늘리고 있어 협력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골디 부장관은 서울안보대화(SDD) 참석차 16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그는 국빈 방문 관련 “양국의 정치적 리더들이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텐데 양국관계가 실질적으로 강해지고 가까워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지난해 문안 협의에만 2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인 미래비전 ‘한·영 양자 프레임워크’를 채택한 바 있다. 골디 부장관은 근위병 교대식과 국빈 만찬 등 “영국의 댜앙함을 쇼케이스 할 수 있는 세리머니를 주목해서 봐도 좋다”고 했다. 동행한 한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선 영국을 이미 휩쓸고 있는 한류(음식·음악·문화 등)의 성공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골디 부장관은 인·태 지역의 당면한 주요 도전 과제로 북한 핵·미사일, 기후 변화, 불법 어업과 밀수, 해양 영토 분쟁 등을 꼽았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에서 경험했듯이 세계는 연결돼있고 유럽과 인·태 지역의 안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며 영국의 관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국제법을 무력화시킨 북·러의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선 “아무데도 손을 벌릴 곳이 없어 고립된 푸틴 대통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영국이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해 연합 훈련을 확대하고 유엔사에도 계속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국은 오커스(AUKUS)와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골디 부장관은 “유엔·유럽연합(EU) 등이 주도한 가장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의 경제가 수축됐고 전쟁 수행 능력이 저하됐다”며 “북핵 문제를 대응하는데 있어서도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영국은 6·25 전쟁에 5만 6000명이 참전했고 전사자만 1000여 명에 달했다. 골디 부장관은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고 전쟁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골디 부장관은 “영국에서 열린 한국 대사관 주재 추모 행사에 참석했는데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며 “우리 국민의 가족·친척 중 6·25 전쟁에서 싸운 참전 용사들이 많다. 70년이 다 됐지만 이 전쟁은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서 공명하고 있다”고 했다. 골디 부장관은 “영국엔 롤스로이스 같은 대형 사업자 외에도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방위 사업체들이 많다”며 “한국은 부러워할만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고 연구 개발 역량도 뛰어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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