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의 힘, 제도의 힘

오영민 미주개발은행 파견 환경부 과장 2023. 10.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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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스페인 점령가들이 한때 포기했던 땅이다.

그런데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땅에는 금과 은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곳에 터 잡고 살았던 부족들이 결사항전하는 바람에 큰 노력을 들여 점령할 가치가 적다고 봤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흥한데에는 자연이 한 몫했다면 가라앉는 데에는 국가제도가 한 몫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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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민 미주개발은행 파견 환경부 과장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스페인 점령가들이 한때 포기했던 땅이다.

MIT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는 그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남미대륙 한 가운데 쯤 바다를 끼고 있고 아래로는 비옥한 팜파스가 펼쳐진 이 좋은 땅을 그들은 왜 포기했을까?

16세기 신대륙 점령이 한창이던 그때, 스페인 점령가들은 금, 은과 같은 값나가는 광물을 확보하고, 이를 채굴해줄 엄청난 노동력이 동시에 필요했다.

그런데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땅에는 금과 은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곳에 터 잡고 살았던 부족들이 결사항전하는 바람에 큰 노력을 들여 점령할 가치가 적다고 봤다.

그러던 이 땅이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게 된 것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모호한 전략으로 어느 편도 적극적으로 서지 않음으로서 전쟁에 본격 휘말리지 않았다.

또 넘치도록 풍부한 농산물 수출로 GDP가 급성장하고 구대륙의 전쟁과 불황을 피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에서 많은 고급 노동인구가 유입됐다.

이런 연유로 한때 GDP 기준 세계 5대 대국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참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29차례 받고, 10번째 국가부도 위기를 앞두고 있는 오늘과 너무 대조적인 과거다.

필자가 방문했던 9월초에는 대선을 앞두고 시위대와 노숙자가 거리 곳곳에 가득했다.

그들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

이번에는 땅의 축복이 불행인지 행운인지 하얀석유 리튬이 넘쳐난다고 한다. 16세기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찾던 것이 금과 은이었다면, 21세기 자본가들이 찾는 것은 리튬이다. 아르헨티나의 리튬 매장량은 약 2000만t으로 볼리비아(약 2300만t)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에너지가 전기화되고 전기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장치인 배터리가 지금의 석유와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 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원료가 하얀석유라 불리는 리튬이다. 에너지 수급의 핵심요소인 가격, 공급망, 지정학 측면의 안정성을 모두 고려할 때 그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흥한데에는 자연이 한 몫했다면 가라앉는 데에는 국가제도가 한 몫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리튬이란 자연의 선물이 아무리 넘쳐나 다시 부흥의 시간이 온다해도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영광은 지속하지않을 수 있다.

자연자원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과 사람에 투자토록하는 좋은 제도가 있어야 좋은 나라를 지속시킨다.

좋은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을 수 있다.

국제기구나 세계적 석학의 제안대로 한다고 번영이 보장된다면 얼마나 쉽겠나. 그러나, 너무 많은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에 번영은 설계하기도 실현하기도 쉽지 않다. 별 세개 달린 유니폼만큼이나 값진 영광을 재현할 좋은 제도가 실현되길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 본다. 오영민 미주개발은행 파견 환경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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