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후위기의 해법, 소통과 협력에서 찾는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힘센 종들에 비해 열세인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종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직립보행으로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정교한 도구 제작이 가능했고, 불을 이용하여 추위를 이겨내며 북쪽으로 서식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화과정에서 신체 대비 큰 뇌를 사용하여 인지능력을 향상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인류는 추상적 사고를 발달시켜 언어와 소통 수단을 다양화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이뤘다. 특히 타인과의 협동은 멸종을 피하고 생존능력을 키우는 지혜의 열쇠로 작용했다.
지구의 탄생 이후 공룡 등 수많은 종이 멸종해 왔던 자연사를 보면, 현재의 인류도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멸종의 위협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인류 진화 과정에서의 공생과 협력의 문화를 재조명해 볼 수 있다. 과거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며 함께 힘을 합쳐 생존에 위협이 되는 다른 종으로부터의 위협을 이겨냈던 것처럼, 개인과 개인, 기관과 기관이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그 해법을 찾아 나간다면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지킬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고자 여러 기관과 다양한 협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화석연료 사용의 감축을 위해 태양열, 수력, 풍력, 태양열을 이용한 그린 에너지 사용의 확대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 중 수력에너지를 위한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기술협력, 세미나 등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상·기후특성을 기반으로 개발된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을 이용한 예측자료를 수자원공사의 수치예보모델 운영에 결합하여, 올 7월 충청 지역 댐 부근 강수량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는 결과를 얻기도 하였다. 앞으로 기상청은 여름철 집중호우, 태풍 등에 의한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댐 주변 강수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속적인 업무 공조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상청은 산림청과 함께 기후위기와 관련된 가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산사태, 산불과 같은 산림 방재 지원 대비책을 찾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산림청의 산사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기계학습을 이용하여 강수예측 정확도를 개선했으며, 산불 진화를 위해 지형의 고도, 토지 특성 등을 고려한 해상도 높은 산악지역 맞춤형 예측자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산악예보의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운영 중인 자동기상관측장비 자료를 수치예보모델 예측에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국방안보를 위해 공군과의 업무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공군과 주기적인 기술협력회의를 실시하고, 공군의 수치예보모델 운영을 위한 기술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공군의 실시간 자료요청을 기반으로 한국형수치예보모델 예측자료를 전용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 중이다. 기상청은 공군에 예측자료를 제공하고, 공군은 예측자료를 활용하여 모델 성능에 대한 피드백을 기상청에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상청 모델 개선에 기여하는 환류구조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상생 관계는 앞으로 국방기상 지원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통하거나 교류하지 않고 울타리 안에서 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상청은 오랫동안 인류가 쌓아온 소통, 협력, 상생 문화를 기반으로 정책들을 추진하고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와 적극적으로 협력업무를 추진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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