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평일엔 학교 주말엔 카트 "국제대회 금메달도 땄어요"
미래의 포뮬러원 선수를 꿈꾸는 10대들 맹훈련
주말엔 유소년 드라이버들로 증평 경주장 북적
(증평=연합뉴스) 김수지 인턴기자 = 총알 같은 카트,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막이 터질 듯한 웅장한 배기음. 국내 첫 국제 공인 카트장인 증평의 '벨포레 인터내셔널 모토 아레나'에서 '포뮬러원(F1)' 드라이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카트를 타며 서킷을 질주하고 있었다.
증평 서킷의 단골 김민재(10·심석초·기마레이싱) 군은 지난 10일 말레이시아에서 치러진 국제대회 '아시아 퍼시픽 모터스포츠 챔피언십'의 KART Sprint Race Cadet Class(만 8세부터 12세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상한 미래의 포뮬러원 드라이버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자동차연맹(FIA) 공식 국제경기에서 최연소 카트 챔피언을 달성한 주인공이다.
김민재 군과 그 또래의 친구들이 매 주말 찾아 꿈을 키우는 '벨포레 인터내셔널 모토 아레나'를 직접 찾아보았다. 성인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카트를 이곳에선 평균 나이 14.8세의 아이들이 운전한다. 누군가에겐 시끄러운 배기음이 이들에겐 '설레는 소리'로서 들린다. 2023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KKC / KIC 대회에 참가한 유소년은 총 41명으로 김민재 군 외에도 수많은 청소년이 카트를 취미로써, 또 직업으로써 다루고 있었다. 평일엔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고, 주말엔 소속팀의 관리를 받으며 카트 선수로 활동하는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내에선 인기 게임 '카트라이더'로 친숙한 카트는 가장 작고 기본적인 형태의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천정이 없는 낮은 차체의 1인승 차량이다. 유아용 장난감 자동차 정도의 크기지만, 엔진과 브레이크 등의 성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천정이 없고 차체가 낮아 계기판 속도에 비해 체감 속도가 2~3배로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카트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원(F1)에 참여하는 자동차 경주자들의 입문 과정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카트 경주를 '꼬마 포뮬러'라고 부르는 관중들도 있다.
경주용 카트에 입문하기 위해선 본인의 팀을 찾아야 한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총 10여개의 카트 팀이 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들어갈 수도 있고, 본인이 직접 팀을 찾아 입단을 신청할 수도 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 관계자는 "총 10개의 카트 팀이 자체적으로 대상별 교육을 하고 있고, 대회 참가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팀에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카트 관리와 실력 증대를 위해선 팀이 제공해주는 교육을 받는 것이 개인이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김민재 군은 초등학교 2학년인 9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레 카트를 접했다. 김민재 군은 "아빠가 레이서로 활동해서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형들이 '포뮬러(경주용 자동차)'를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반했다"며 "포뮬러를 타고 싶었는데, 포뮬러를 타기 위해선 카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해서 카트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해 진행된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카팅코리아 챔피언십'의 '주니어 맥스 클래스' 분야에서 포디움에 든 김은호(15·탕정중·임팩트 레이싱) 군은 3년째 경주용 카트를 타고 있다. 김은호 군은 "아기일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었기에 카트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부모님께 얘기해서 서울 잠실에 위치한 카트장에서 처음으로 카트를 접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카트를 포함한 모터스포츠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F1에 참여한 자동차 경주자가 경기 중에 발생한 사고 탓에 사망한 사례도 있다. 김민재 군의 아버지 김성현(49) 씨는 "아들이 카트를 안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안 다칠 수 없는 직업이다 보니까 걱정되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 당일 김민재 군은 연습 주행을 하다 다른 선수와 부딪히는 바람에 핸들이 꺾여 손목을 다치기도 했다. '다칠 때마다 카트 타는 걸 후회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아프긴 한데 그렇다고 카트 타는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종인(19·신서고·임팩트 레이싱) 군은 지난해 카트가 전복돼 폐가 짓눌렸었다. 그는 "전복 사고 이후로 부모님도 카트 타는 걸 반대하시고, 나조차도 카트 타는 게 무서운 순간이 있었는데, 잘 이겨냈다"며 "스트레스가 해소되다 보니까 이게 아니면 행복이 없는 느낌이다"고 카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어린이 선수들은 안전을 위해 목 보호대와 가슴 보호대, 갈비뼈 보호대 등을 착용한다. 헬멧과 글러브, 슈트, 신발 등은 대회는 물론 훈련할 때도 꼭 착용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장비들이다.
안전을 위해 꼭 착용해야 하는 장비들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해찬(16·우전중·JM카트) 군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며 "보통 카트가 1천400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높은 초기비용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굳이 카트를 권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해찬 군의 말처럼 섀시(카트의 뼈대), 엔진, 데이터로거(기록 측정을 위한 내장 기구) 등 주행을 위한 필수품부터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와 같은 소모품 그리고 헬멧, 슈트와 같은 안전 장비까지 구비하면 최소 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평일엔 공부하고, 주말엔 카트를 타러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피곤한 일정일 텐데도 '카트 타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증평에서 만난 청소년 카트 선수 모두가 단 한 번도 카트 탄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김단우(15·SSI국제학교·F5-Monster) 군은 "어느 정도 레벨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 기록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서 힘든 적은 있었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엔진을 밟는 대로 속도로 출력되고 그에 따른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아이들이 카트를 타는 이유다. 김민재 군은 카트를 타기 시작한 이후 하루하루가 재밌다.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카트 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재밌기도 하고, 기록이 잘 나오면 너무 신난다"며 카트에 대한 애정을 말했다. 김은호 군은 "카트를 탈 때 느끼는 속도감이 너무 좋다"며 "나만의 취미를 갖고 증평과 같은 먼 곳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성취감은 물론이고,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청소년 선수들 모두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찬 군은 "난 F1에서 가장 챔피언을 많이 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이번 모든 시즌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카트를 타고 있다"며, 장석호(14·진영중·JM카트) 군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카트 클래스 별로 모두 챔피언을 달성해보고 싶다"고 각자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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