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국위선양과 병역면제
국위선양 국가기여 국민들이 공감해야
대중문화 아우르는 기준 재정비 필요
2022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16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1100여 명의 선수와 임원들은 40여 종목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은 부상투혼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수영 김우민(강원도청)과 양궁 임시현(한국체대)은 대회 3관왕의 기염을 토하며 한국선수단 MVP로 뽑히기도 했다.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 총 190개의 메달을 획득, 목표 3위를 순조롭게 달성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줬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로 눈물을 훔치게 했던 장면과 조금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기억들까지도 하나씩 잊혀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 가던 추억들이 다시 소환됐다.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병역특례제도와 관련해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국방부에 건의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본부터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어떤 종목의 경우엔 팀이 1위를 해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국민의힘 임병헌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도 '병무청에서 보충역을 인정하는 일부 콩쿠르 대회에서 참여자와 우승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에 "이게 과연 국제대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냐"고 지적했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 오스카, 빌보드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 등에서 우승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하고 국내 대회가 세계적 대회에 못 들어가면 그 또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1973년 국제적 존재감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도입했다. '국위선양'이란 단어를 체육·예술문화 곳곳에서 사용했던 때다. 처음에는 올림픽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안선수권, 유니버시아드 1~3위에게도 병역 혜택을 줬다. 1990년부터는 올림픽 1~3위, 아시안게임 1위로만 그 대상을 줄였다. 2002년 FIFA 축구월드컵 4강,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을 이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 한시적 특혜도 있었다.
스포츠 분야는 대회명이 대중적이지만 예술 부문에서는 대중에 다소 생소한 이름이 적지 않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국제 대회뿐 아니라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동아음악콩쿠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1위에게도 병역 특례 혜택을 준다. 전국연극제, 대한민국미술제전 입상자도 2021년까지는 대상이었다.
피아노 연주가인 임윤찬은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국방의 의무를 해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그랬다.
2019년 정부는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병역 이행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을 심의해 확정·발표했다.
당시 대중문화 대표로 BTS가 가장 많이 거론됐고, 한 언론에선 'BTS군대가고, 조성진 안 간다'는 다소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조성진은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다.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제도개선 TF'를 꾸려 예술·체육요원제도 전면폐지까지 검토했지만, 연간 45명 안팎의 요원 감축으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아 현행 제도를 유지키로 했다. 대중문화예술인 혜택 주장에 대해선 대체복무를 감축하려는 정부 기조와 공정성 및 형평성 등을 감안해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는 물론 현재도 "BTS만큼 국위 선양을 한 대중문화 아티스트도 없다"는 팬들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설전이 SNS,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위선양' 유공자에 대한 병역특례를 '특혜'로만 인정하는 부정적 인식이 없진 않다. 하지만 제도의 폐지만이 옳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보이는, 보이지 않는 국가의 이익을 우리 국민이 누리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귀속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떨까?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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