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아산 국립경찰병원 건립, 이젠 정치의 시간
"됐슈!". 작년 12월 14일 아산시청 미래전략과 사무실에 환희의 한마디가 들렸다.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지를 아산시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경찰병원 아산 건립은 대통령 공약이지만 경찰청이 돌연 병원 건립 후보지를 전국 공모로 돌리며 19개의 지자체와 경쟁해야 했기에 우리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큰 산을 넘고 나니 또 하나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다. 예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500억 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경제성 평가 등을 거쳐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가름한다. 경찰병원 역시 4500억 원 예산을 수반하기에 예타를 통해 병원의 건립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예타를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을 근거로 국무회의 의결을 통한 예타 면제다. 경찰청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경찰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적정성 검토를 받아 병원 건립 예산을 수반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법령에 경찰병원 예타 면제를 규정하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대표발의 한 경찰복지법 개정안에는 경찰병원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이번 국회 정기회를 통과한다면 아산 국립경찰병원은 계획대로 2028년에 개원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역시 법령에 예타 면제를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한 달 앞둔 작년 4월에는 13조 7000억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예타 면제로 이어졌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11조 4천억 규모의 대구·경북 신공항 역시 지난 17일 기재부에서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와 악화된 재정건전성으로 인해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사업의 예타 면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감지됐지만,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이자 예타 면제의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추경호 기재부 장관이 예타 면제를 결정했다. 특정 정권에 구애받지 않고 기량을 펼치는 영남의 정치력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며,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속에서 아산 경찰병원 역시 예타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 국립경찰병원 아산 건립을 공약화했고 당선인 시절에는 국정과제에도 담았다. 또 지난 4월 아산을 방문해 아산 경찰병원 건립을 재차 공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와 경찰 출신인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박경귀 아산시장과의 면담에서 "경찰병원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원내대표의 아산 경찰병원 건립 의지는 일찍이 확인됐다.
지난 대선에서 양당 대선 주자는 국립경찰병원 아산 건립을 공약했다. 이는 양당의 대선캠프에서 국립경찰병원 건립과 아산시 유치에 대한 사업성과 필요성을 철저히 검증하여 '공약'한 것이다. 이렇듯 국립경찰병원 예타 면제를 규정한 경찰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180석의 거대 야당이 반대할 명분마저 없는 상황이다.
신기하게도 아산시는 지난 정권부터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의 정당이 같다. 경찰병원 아산 건립은 문재인 정부였던 2020년 5월에 민주당 소속 아산시장과 충남지사가 국무총리실에 중부권 거점 국립경찰병원 설립을 건의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시화된 것은 없었다.
이제 국민의힘 대통령과 충남도지사, 아산시장으로 바뀌었다. 경찰병원 분원 건립이 결정되고도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아산시의 상급종합병원 건립 요구는 중학생 때부터 나왔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유권자는 실수는 용납해도 '지각'은 용서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아산시민이 정치권에 남긴 교훈이다. 김민태 아산시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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