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청국장의 슬기

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전 홍보이사 2023. 10.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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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어머니가 조만간 청국장을 띄운다고 꼭 가져가라 당부를 하셨다.

청국장은 겨울철의 대표적 발효음식이다.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의료서비스는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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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

시골의 어머니가 조만간 청국장을 띄운다고 꼭 가져가라 당부를 하셨다. 청국장은 겨울철의 대표적 발효음식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데, 발효음식이라 그런지 냄새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발효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썩은 것이다. 부패와는 무엇이 다를까. 똑같이 썩어도 대사산물이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따로 발효라고 부른다. 청국장도 된장도 와인도 그렇다. 인간은 무엇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인지로 가치판단을 한다. 그것이 인류의 조상들이 찾은 생존 비법이다.

사실은 요새 어머니 건강이 걱정이다. 부모님이 사는 곳은 읍내에서도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골이다. 오래 전에는 사람이 제법 살아 근처에 학교도 있고 상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읍내로 나와도 아쉬운 것이 많다. 진료를 받으려면 차를 몇 번 갈아타고 인근 도시로 오가느라 하루가 꼬박 낭비되니, 아프시다면서도 대충 참고 마시는 경우가 많다. 왜 시골에 병원이 없을까.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행정수도를 옮겨왔지만, 어째 인프라는 새 도시로만 집중되고 인근 시골마을은 공동화되는 듯하다. 이것을 단순히 충남도에 사업자를 늘리거나 상가건물을 증축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심에 음식점이 많은 것은 도시 사람들이 식탐이 많아서가 아니다. 거기에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의료서비스는 생존의 문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잊으면 안된다. 예전엔 지역에 인구가 더 많았어도 공공의료원과 보건소가 있었다. 지금은 재정효율을 따져 보건소는 제한을 두고 의료원은 폐쇄되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거둔 세금으로 운용하는 국가기관조차 경영곤란을 이유로 포기하고 나간 책무를 민간에서 하물며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 기피과 문제도 근원은 같다. 수고는 많고 보상은 박하며 결과에 따라 멱살잡이도 당연한 풍토에서 누가 언제까지 사명감만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단순히 의사가 지천으로 많아지면 산간오지까지 밀려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보건정책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단순한 소견이다. 합당한 보상과 존중이 보장되는 일에 지원자가 부족할 리는 없다. 우리 국민 모두에 이로워야 좋은 정책이다. 썩은 것조차 옥석을 가려 이롭게 이용하던 조상의 슬기가 아쉽다. 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전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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