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이 뭔가요?[이제학의 힐링카페]
‘촌음을 아끼되 서두르지 말자.’
내 좌우명이다. 이 좌우명을 지은 것이 스무 살 때이니 무려 40년 전이다. 참 오래도 되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그 오래전에 이러한 생각을 다 했을까 싶다. 어린 나이에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지금 생각해봐도 이보다 나를 더 잘 경계하고 적확하게 집어내어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삶의 철학이 분명한 사람, 자신이 걸어가는 혹은 걸어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삶의 분명한 목적을 알고 있어서 일 것이다. 가족이나 이름, 직업 등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삶의 무게를 완벽하게 감당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네 삶에서는 때에 맞춰 속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방향이 바르면 첫걸음부터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다. 어깨의 짐이 무거워도 첫 마음을 잃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 뚜벅뚜벅 걸어도 황소걸음이라고.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20~30대에 인생의 깊이와 인식의 최고봉은 모두 달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가끔씩 작성하는 일기랄까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놓은 글을 살펴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 어린 나이에 내가 이런 글을 작성했다고(?). 어쩌면 40세 이후부터는 아무래도 인식과 지혜의 폭이 조금씩 더 넓어지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좌우명은 매우 중요하다.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자신을 지켜주는 좌표이기 때문이다. 좌우명은 개인이나 단체에서 목표 또는 의의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만드는 표어의 일종이다. 좌우명이라는 말은 후한(後漢)의 학자 최원에서 시작되었다. 자리(座)의 왼쪽(左) 오른쪽(右)에 일생의 지침이 될 좋은 글을 ‘쇠붙이에 새겨 놓고(銘)’ 생활의 거울로 삼은 데서 유래됐다.
서양에서는 이를 ‘모토’라고 한다. 라틴어로 말, 전언, 전설을 가리키는 ‘muttum(mutter)’에서 유래했다. 직접적으로는 이탈리아어 ‘motto’에서 수입되었다. 전통적으로 서양의 모토는 중세 이래 공용어였던 라틴어로 작성하였으나, 근대부터는 프랑스어나 영어 등 다른 언어로도 작성되었다. 이후 개인이나 가문, 단체, 국가 등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연말기획으로 교수신문에서 사자성어를 공표한다. 그 해를 상징하고 해당 연도에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연말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정치권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비꼰 것이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여 년 전 경기문화재단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당시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좌우명이 ‘역지사지(易地思之)’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쉬울 것 같은데 이게 정말 쉽지 않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인식으로 세상을 나 중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유 없이 밉거나 좋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서운한 감정이 쌓이다 보면 미워하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면 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가 베푼 것은 모래밭에 쓰고 내가 받은 것은 바위에 새기라’는 말이 나왔으리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자신이 받은 것을 시간이 지나면 당연시 하고, 더 지나면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상대는 처음에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는 이를 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잘 지내다 소원해지는 경우가 있다면 반드시 가끔씩 체크해봐야 한다. 지금 어디서 누구랑 나를 겨냥하여 뒷담화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끝으로 양천구청장으로 일하던 시절, 양천구와 자매결연 도시 일본 도교의 나가노구 구장(일본은 구청장을 구장이라 함)의 좌우명을 소개할까 한다. 그 분의 좌우명은 ‘지금 안하면 언제 하랴, 내가 안하면 누가 하랴’라고 했다. 즉 지금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이 해준 말이라는데 의미가 더 심장하다. 그 후 이는 제2의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인생 길다. 올해 가기 전에 지금이라도 새로운 좌우명 하나 가슴에 새기면 어떨까?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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