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신경쟁에 '도끼눈'…만기 도래 예금 '100조원' 어디로

김정현 기자 2023. 10. 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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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몰린 100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예금 상품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신경쟁 과열 경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는 금리를 높인 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12개월 만기) 37개 중 20개 상품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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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금융권 수신 금리 오름세…금융당국 "경각심 갖고 주시"
요구불예금 10조원↑…소비자들은 고금리 상품·투자처 찾는 중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몰린 100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예금 상품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신경쟁 과열 경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는 금리를 높인 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12개월 만기) 37개 중 20개 상품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예금 상품의 최고금리도 연 4.00~4.05% 수준이다.

2금융권의 예금 금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체 299개 에금 상품 중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50% 이상의 최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64개에 달한다. 12개월 만기 예금 상품 평균 금리도 반년 사이 0.47%포인트(p) 오른 4.24%를 기록했다.

이처럼 예금 금리가 오르는 추세는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때문이다. 당시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금융권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앞다퉈 출시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 규모를 약 10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 5~6% 수준의 고금리 예금 상품이 출시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출시되는 예금 상품의 금리는 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신경쟁을 경계하며 '도끼눈'을 뜨고 있다. 수신경쟁 과열이 발생할 경우 조달 비용이 늘고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시장 안정화 회의를 열고 자금 확보 경쟁을 자제해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10.18/뉴스1

지난 18일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고 △은행채 발행 유연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95% 유지 연장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 마무리 등과 함께 집중 모니터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가지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며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직전달 대비 10조1698억원 늘어난 608조1349억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은 여전히 더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되찾을 수 있는 예금으로, 소비자들은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뒤, 이를 현 정기 예·적금 상품에 예치하지 않고 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수신경쟁 자제를 당부하고 자금 조달을 위한 규제 완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고금리 상품을 먼저 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예적금 상품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이스라엘 가자 전쟁 등 대내외 위기로 주식시장 부진으로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예치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특판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만큼 은행권에서도 자금 이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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