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北 외무상 이어 김정은 만나…"푸틴, 합의 이행 준비 재확인"

라브로프 장관, 평양서 김 위원장과 1시간 넘게 회담
김정은 "양국 우호 관계 굳건해져…분위기 매우 좋다"
라브로프 "합의 이미 이행 중…양측 실무 회담 열려"

[평양=AP/뉴시스]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에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10.19.

[서울=뉴시스] 이명동 김재영 기자 = 북한을 방문 중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시간 넘게 만나 양국 관계가 우호적임을 천명하면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교환했다.

20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러시아와 조선의 우호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로 양국 사이의 진정한 우정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라며 "분위기가 매우 좋다. 우리 인민은 양국 관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안부를 대신 전해달라며 합의된 모든 것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해달라고 했다"면서 "이와 관련한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화답했다.

그는 다음 달 정부 사이 제10차 무역·경제위원회와 과학·기술 협력이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준비의 일환으로 지난달 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양국 공동의장이 특별회담을 열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평양=AP/뉴시스]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에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2023.10.19.

라브로프 장관은 앞서 만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양국 협력의 모든 면에 관해 구체적인 협상을 가졌다"며 "우리의 결과에 관해 여러분에게 간략히 설명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틀 일정으로 전날 평양에 도착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앞서 최 외무상과 만나 양국 협력이 한층 깊어지는 것을 칭찬했다.

둘은 양국 사이 합의와 함께 지역·세계 의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취재진에게 북한·중국과 한반도의 안보 사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국, 일본, 한국의 군사 활동 강화, 핵을 포함한 전략적 인프라를 한반도로 이전하려는 미국의 노선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라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용납할 수 없는 비건설적이고 위험한 노선에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동시에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함께 이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에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제 조건 없는 한반도 안보 문제에 관한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는 데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13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가진 역사적인 정상회담 뒤 양국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양=AP/뉴시스]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에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3.10.19.

이어 "한 달 전에도 (북한과) 고위급 접촉이 있었고 오늘도 고위급 접촉이 있었다. 접촉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이날 회담에서 향후 최고위급·고위급 양자 접촉 일정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양국 정부 사이 위원회가 지질탐사 분야 협력과 에너지 공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회의한다고 공지했다.

최 외무상은 "우호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는 양국 외무장관 사이 잦은 만남은 우호적인 오랜 역사를 지닌 북러 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라브로프 장관 방북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9월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 이행을 위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8일~19일 이틀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 제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 및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수도 베이징을 찾은 푸틴 대통령을 수행한 뒤 곧바로 북한으로 이동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직접 북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5월 말 뒤로 5년 5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2004년과 2009년에도 북한을 찾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중순 러시아를 방문,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7월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 전승절 70주년에 맞춰 북한을 방문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은 2019년 7월 뒤로 4년 만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