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분노’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가습기 살균제 회사에 700억이라니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10. 2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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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기금 투자 배제를 요구받았지만 여전히 7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올해 7월 현재 옥시레킷벤키저에 700억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생활용품업체인 레킷벤키저의 한국법인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최대 피해자를 낳은 기업이다.

앞서 공단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옥시레킨벤키저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기금투자를 배제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공단은 최근 ‘시정·처리 결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며 올해 6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벤치마크(BM·기준수익률) 이하로 제한해 투자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거액을 투자하는 셈이다.

현재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가해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연대 책임에 따른 중복 금액 기준)의 구상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기업들이 구상금을 납부해야하는 기한은 올해 6월로 끝났지만 납부 실적은 저조했다. 전체 구상액(24억3000만원)을 기업별로 나눠보면 옥시레킷벤키저가 전체 금액의 64%(15억4600만원)로 가장 많았고, 애경산업이 17%(4억800만원)로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가해 기업이 구상금을 내지 않자 국민연금공단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주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고 12년이 지났는데도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가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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