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9% 은행 적금, 결혼·절약 우대금리도…후한 인심 배경은?
[앵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 금리, 즉 보통 사람들이 시중에서 돈을 맡기고 빌릴 때 접하는 금리는 요즘 전혀 다른 흐름입니다.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며 은행권에서 4%대 이자 주는 게 평균이 됐고, 연 9% 금리 상품까지 출시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손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은행에서 판매하는 적금, 연 9%인 금리가 눈길을 끕니다.
가입 기간에 결혼하면 우대 금리를 5%p나 얹어주는 조건인데, 예정 물량의 절반이 팔렸습니다.
다른 은행의 적금은 전기를 아끼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최대 연 7%를 내걸었습니다.
이런 행사성 상품 말고도 금리는 상승 추세입니다.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자가 4%를 넘습니다.
은행이 이 정도니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는 더 높겠죠.
최고 금리 10%대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이자를 많이 주는 걸까요.
지금이 금융사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1년 전 이맘때, 이른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탓에 단기자금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죠.
채권 찍어서 돈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워 예·적금을 끌어 모았는데, 이렇게 빌린 돈 약 116조 원의 만기가 이달부터 돌아옵니다.
돈이 빠져나가게 하지 않으려면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서성권/서울 영등포구 :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윳돈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지만 돈을 빌리는 입장은 다릅니다.
예·적금 금리가 대출금리를 계산할 때 반영되기 때문인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벌써 7% 수준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라고 유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은 물론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채를 발행할 때 부담해야 할 이자도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석병훈/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할 때도 이자율을 높게 제시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예금·적금 붙잡아 놓으려고 하는 수요가 더 커지겠죠."]
시장에선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의 이동이 마무리되는 연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거로 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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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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