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도 테이블에", "가계부채 선제 대응"…의견 다양해진 금통위

김혜지 기자 2023. 10.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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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에 불확실성 커지자 만장일치였던 금통위 분화
4명은 "인상만" 1명은 "인하도 고려"…1명은 "부채 대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에서 기준금리에 관한 서로 다른 의견이 개진됐다.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과 함께 가계부채 대응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의견이 모두 제시됐다.

만장일치 일변도였던 금통위 구도가 변화한 것은 중동 분쟁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확대 탓이다.

아직 금리 인상론과 인하론이 맞섰다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지만 향후 불확실성 전개에 따라 금통위 의견이 더욱 나뉠지 결정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 수준에서 전원 일치로 동결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중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 위원이 1명 존재했다. 다른 이들보다 강력하게 추가 긴축 필요성을 역설한 위원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1명의 위원은 앞으로 금리 인상만 아니라 인하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자는 말씀은 아니었다"면서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향후 3개월 안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 여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지난 2021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나옴과 동시에 가계부채 대응을 강조한 의견이 1 대 1로 이를 상쇄해 균형을 이뤘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 같은 금통위 구도는 지난 8월 회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금통위원 전원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면서 연 3.75%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명이 인상·인하 양방향의 조정 가능성을 주장했으며, 4명은 확대된 물가 상방 위험을 고려해 추가 인상 카드만을 테이블에 올리자고 주장했고, 1명은 추가 인상 카드를 올림과 동시에 가계부채 문제 해소라는 명분까지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 차는 최근 글로벌 경제에 깔린 불확실성에서 출발했다.

이 총재는 "지난 몇 번의 회의와 비교하면 이번에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개별 위원이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논의 과정이 길어졌다"며 "지난 몇 차례 회의에서는 모든 것이 만장일치였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일 전쟁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이달 글로벌 경제를 덮쳤다.

이 총재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이번 사태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여러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기에 베이스 시나리오를 어떻게 잡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금리 인하를 언급한 위원의 경우 이·팔 사태에 따라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장이 꺾일 위험성도 엄연히 상존하기에 인하 가능성을 내치지 말자고 주장했다.

반면 나머지 5명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도 향후 물가 오름세를 둘러싼 위험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팔 분쟁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꿈틀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은은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올 하반기 배럴당 평균 84달러, 내년에는 83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 채 물가 경로를 예측해 왔다. 하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8월 86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90달러 중반까지 뛰었고 이날도 90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앞으로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미국 경기에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면 유가는 되돌아갈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향후 동결·인상 여부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해 어느 한쪽에 기대를 건 채 움직일 수 없다.

한 위원이 이번 인상기 들어 처음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시장이 이번 금통위를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평가한 이유다. 금리 인하 발언의 토대가 아직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갈림길이여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으나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이고 이전보다 매파 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본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 기조는 계속 유지되면서 연말까지 시장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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