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루셈블 "이달의 소녀 유닛처럼…12명 영원합니다"
"가수 포기할 생각도…팬들 덕분에 돌아와"
"루셈블·이달소 연결성…시기 오면 재결합"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그룹 '루셈블(Loossemble)'에게는 그림자가 있다. 7년 간 정체성이었던 '이달의 소녀'(LOONA·이달소)라는 그림자다. 이달소의 영문명인 '루나(LOONA)'와 모이다라는 뜻을 지닌 '어셈블(ASSEMBLE)'을 합쳐 탄생한 팀명부터 이들의 시초가 보인다. 음악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연계된다. 장르는 달라져도 '나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자'는 이야기는 같다. 루셈블은 그림자를 굳이 떼어내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둠 속에 있는 그림자가 빛을 받아 선명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소 멤버들은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뿔뿔이 흩어져 새 그룹을 꾸리거나 홀로서기를 했다. 현진·여진·비비·고원·혜주가 뭉친 루셈블도 그 중의 하나다. 새 이름을 달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달소로 쌓아올린 것이 많아서 다시 재데뷔를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우리를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고원)
단지 재데뷔를 두고 고민한 것도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몸담은 회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이유로 법적 분쟁까지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소송을 이어가며 지쳤고 가수의 꿈을 포기할 생각까지 한 멤버들도 있다. "너무 꿈이 컸던 만큼 상처가 컸어요. 가족들이 하는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가수에 대한 생각을 많이 접었죠. 그런 상황에서 제 무대를 다시 찾아봤는데 '내가 아직 무대를 떠나기에는 미련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혜주)
몇몇이 갈피를 못 잡을 때 중심이 돼준 건 리더 현진이다. 멤버들끼리도 연락하기 조심스러운 불안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현진은 멤버들이 더 흩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블록베리 이사를 역임한 윤도연 대표가 설립한 씨티디엔엠에 둥지를 튼 이유도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서다. "저라도 나서서 빨리 멤버들을 다 받아줄 수 있는 회사를 찾으려고 했어요. 이 회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다른 멤버들을 데려올 마음이 있어서였죠. 비비 언니와 제가 상황이 비슷해서 서로 의지하면서 희망을 갖고 계속 기다렸어요."(현진)
팬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줬다. 쉽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고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도 끊임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팬들이 '네가 가는 길을 나도 같이 갈게'라고 해줬어요. 소송하고 있는 와중에 나만 힘든게 아니고 팬들도 똑같이 힘들겠다고 생각하니까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같이 손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여진)
"제가 팬들에게 편지를 썼을 때 '쉬었다가 돌아와도 괜찮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상황이 되니까 팬들이 저에게 그 말을 해주더라고요. '팬들이 이렇게까지 응원해주고 기다려주는데 다시 일어나서 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겼죠."(혜주)
데뷔와 동시에 해외 투어를 한 이유도 전 세계에 있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달소는 미주 13개 도시와 유럽에서 투어를 돌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루셈블은 지난달 15일 데뷔와 동시에 미국 10개 지역에서 공연을 했다. "미국 팬분들은 언어가 다른 데도 한국 노래도 다 따라불러 주시고 춤도 같이 춰주세요. 무대 의상도 똑같이 입고 와주시는 걸 보고 엄청난 열기를 느꼈어요."(고원)
아쉬워할 국내 팬들을 위해서는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운동회를 준비했다. 7월 말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100여명의 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수다를 떨면서 정을 쌓았다. 비비는 "데뷔 전이고 앨범 준비 중이서 팬들에게 노래나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팬들이 많이 기다려줘서 운동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달라진 것도 많다. 팀명이 대표적이고, 팬덤명도 '크루'로 새로 지었다. 혜주는 자발적으로 예명 올리비아 혜에서 본명으로 활동명을 바꿨다. 추억이 담긴 이름들이 바뀌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팬들도 있다. 비비는 "우리가 '크루'는 루셈블 다섯명의 팬덤 이름이고, '오빛'는 이달소 12명의 팬덤명이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둘 다 존재하는 거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현진은 "팬들에게 우리 12명이 다시 모일 때 '오빛'이라고 불러주겠다고 하니까 좋아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름이 바뀌어도 이달소는 지울 수 없는 그림자다. 루셈블은 "우리가 이달소인 건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혜주는 "이달소의 색깔은 어떻게 하면 루셈블에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앞으로 좀 더 루셈블만의 이야기를 더 넣어서 루셈블과 이달소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우리가 나중에 모였을 때 끊어지는 느낌이 없게"라고 했다.
데뷔 타이틀을 정하기 위해 수많은 곡을 모니터 한 끝에 '센시티브(Sensitive)'로 결정한 이유도 이달소와 이질감이 없어서다. "보통 노래가 후렴에서 터지는 부분이 많은데, 이 곡은 이달소의 '와이 낫(Why Not?)'처럼 후렴에 악기가 빠져요. 그 부분이 포인트가 돼서 중독성이 있을 거 같았어요."(현진)
작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들은 곡이 이달소 멤버 이브가 작업한 노래였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수록곡 '스트로베리 소다(Strawberry soda)'는 누구보다도 이달소를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색깔이 뚜렷했다. "'주저하지 말고 계속 걸어가면 돼'라는 가사가 언니가 우리에게 해주는 말 같았어요. 본인에게도 위로 되는 가사이기도 하고요."(혜주)
"기존의 색깔을 가져가되 다섯명의 매력을 더 보여주고 싶어요. 12명이어서 각각의 매력이 안 보일 수도 있었거든요. 기존의 이미지와 세계관도 가져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웠어요."(여진)
루셈블의 모든 행보에는 이달소 완전체에 대한 그림이 있다. 루셈블을 포함해 김립·진솔·최리·하슬·희진까지 멤버 절반 이상이 이달소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비비는 "이달소가 없어진 게 아니라 원래 유닛이 있던 것처럼 우리도 그중의 일부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어차피 도착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올 거예요. 타이밍이 맞아야 하니까 시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같이 하려고요."(여진)
이달소 멤버들끼리 소통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먼저 데뷔한 '오드아이써클'이나 솔로로 데뷔하는 츄, 희진 등과 음악도 공유하며 응원한다. 함께 힘든 일은 겪다 보니 더 끈끈해졌다. "이번 쇼케이스에도 멤버들이 모두 구경 왔어요. 따로 무대를 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었죠. 츄 언니만 스케줄 때문에 못 왔는데 끝나고 다 찾아봤다고 연락왔더라고요. 참석한 거나 다름 없어요. 우리 12명은 영원해요."(고원)
잠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한 목적지를 향해 각자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생각하니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한명 한명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채워나가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진과 여진·비비·고원은 꾸준히 연기 연습을 받고 있다. 혜주는 솔로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팬을 위한 그룹이 가장 좋은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팬이 있어야 팀이 있는 거고 팀이 있어야 팬들도 있는 것이니까요.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 있으면 예능, 연기, 무대 다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여진)
"크루들이 기다려준 만큼 앞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더욱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손 놓지 말고 끝까지 즐겁게 좋은 추억 쌓으면서 함께해요. 사랑합니다."(현진)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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