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발로 北 도발 꺾는다… 한국이 만들 ‘첨단 미사일’ 정체는 [박수찬의 軍]
하늘이라는 3차원 공간을 이용해서 적군을 공격하는 방식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은 새롭게 바뀌고 있다. 유도·전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항공 공격과 방어를 미사일이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는 이같은 추세가 잘 드러나는 행사였다.
이번 ADEX에선 신형 공대지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LIG넥스원과 독일 타우러스는 17일 타우러스(TAURUS) KEPD 350K-2 공대지미사일 공동 개발 추진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사거리가 500㎞인 기존 타우러스 미사일을 소형화한 타우러스 KEPD 350K-2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크기가 작아졌지만, 비행거리나 파괴력 등은 기존 타우러스 미사일과 큰 차이가 없다.
타우러스 미사일 소형화는 FA-50의 위력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한국 공군이 60대를 쓰는 FA-50은 한국형 GPS 유도폭탄과 합동정밀직격탄(JDAM), AGM-65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하지만, 최대 70㎞ 떨어진 지상표적만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FA-50이 수백㎞ 떨어진 지상표적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면, 적 내륙지역 타격작전도 가능해진다. 엔진 1개짜리 소형 경전투기가 F-15K 못지 않은 전략무기로 바뀌는 셈이다.
한국 공군으로선 F-15K와 맞먹는 장거리 타격능력을 지닌 전투기 60대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방산수출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톰 쉐도우와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전선 너머의 러시아군 핵심 표적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장거리 공대지 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크고 무거워서 F-15, 타이푼, 라팔 등 대형 쌍발 전투기에 주로 탑재했다.
반면 타우러스 KEPD 350K-2는 F-16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F-16이 우수한 전투기지만, 기체 크기가 작고 엔진이 1개뿐이라 장거리 공대지 타격능력은 제약이 있다.
타우러스 KEPD 350K-2 개발이 이뤄지면, 한국은 소형 전투기에 탑재가 가능하면서도 파괴력이 강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공급국이 될 수 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KF-21 탑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도 진행중이다. LIG넥스원 측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KF-21 간 체계통합을 통해 다른 공대공·공대지 유도무기와 기체간 연동에 활용할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DD와 LIG넥스원이 진행하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체계의 항공기 요격미사일(AAM)은 고도 30㎞, 사거리는 160㎞다. 천궁-Ⅱ 미사일과 달리 측추력기가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고도 60㎞에서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미사일(ABM)을 개발중인데, L-SAM은 AAM과 ABM이 함께 쓰일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보다 발전된 천무 다연장로켓 체계를 선보였다. 천무는 임무에 따라 다양한 무장 조합이 가능하다. 무장들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사단·군단·지작사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80㎞를 날아가는 230㎜ 로켓 6개를 한데 묶은 포드 2개를 탑재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의 핵심기술 개발과 업체 차원의 투자가 더해져서 개발중인 280㎜ 로켓 4개를 묶은 포드 2개를 장착하면 150∼160㎞ 떨어진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280㎜ 로켓은 탄두에 보조날개가 있었던 기존 로켓과 달리 동체 뒤쪽에 날개가 있다. GPS 수신이 잘 이뤄지도록 해서 명중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폴란드에 수출될 예정인 전술탄도미사일은 2발을 탑재하는데, 290㎞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Ⅱ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발칸 대공포를 대체할 수 있는 40㎜ 무인방공체계를 공개했다. 국지방공레이더가 적 항공기나 드론을 탐지하면, 대대통제소에 정보가 전달된다. 이후 교전통제소가 40㎜ 무인포탑 4∼6문을 조종해 작전을 한다.
무인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발칸 4대 운용인원(16명)보다 훨씬 적은 2명으로 작전을 한다. 무인포탑은 40㎜ 쌍열 기관포를 탑재하며, 분당 600발을 쏜다. 사거리는 4㎞ 이상이다. 2015년 인도에 제안했던 방공체계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발전형인 장보고-Ⅲ 배치 Ⅱ에 탑재될 리튬전지체계를 공개했다. 기존 납축전지를 대체하면, 잠항시간은 1.6배 증가한다. 최대속력을 낼 수 있는 시간도 3배 늘어난다. 장보고-Ⅲ 배치 Ⅱ 선체 하부의 전·후방에 280개씩 설치, 잠항에 필요한 중량과 무게중심을 맞춘다.
한화시스템은 L-SAM과 더불어 한국군이 사용하는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다기능레이더 모형을 전시했다. M-SAM 레이더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형이 함께 공개됐다.
UAE 수출형은 사막의 고온과 모래먼지 등을 감안해 수냉식으로 바뀌었고,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탑재해 운용효율성과 탐지능력 등을 높였다. 탐지거리는 300㎞ 이상, 탐지고도는 30㎞ 이상에 달한다.
현재 개발 과정이 진행중인 M-SAM 블록Ⅲ 다기능레이더는 UAE 수출형을 토대로 한국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신호처리 등을 개선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FA-50을 비롯한 소형·경량 전투기 탑재 AESA 레이더도 공개됐다. 한화시스템은 ADD와 함께 KF-21 AESA 레이더를 만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외국과의 협력 등을 통해 FA-50 등의 소형 전투기나 무인기에 쓸 수 있는 레이더를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차의 필수 장비가 된 능동파괴장치(APS)는 이스라엘 라파엘 트로피 체계를 장착한다. 라파엘과 공동개발 형태로 APS 탑재를 추진하되 점진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한다.
한국군용 K-2는 국산 APS가 탑재될 전망이다. 다만 구매자 요구에 따라 이스라엘 라파엘·엘빗시스템이나 국산 APS도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포탑 상부엔 12.7㎜ 기관총과 드론 재머 또는 현궁 대전차미사일 등을 사용하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탑재한다. 포탑 측면 등엔 상황인식카메라와 주야간 카메라 등을 장착, 영상융합기술을 적용해서 고글을 쓴 승무원에게 360도 상황인식능력을 제공한다.
현대로템은 신형 30t급 차륜형장갑차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다. 장갑차는 방호력 증강에 초점을 두고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 중인 수출용 모델이다.
700마력 엔진을 탑재해 시속 100㎞까지 달릴 수 있다. 고성능 수상추진 프로펠러로 시속 10㎞로 수상주행이 가능하다. 30㎜ 무인포탑과 RCWS, APS를 탑재한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만든 105㎜ 대구경포탑 장착이 가능하다.
지휘·화포차량과 탄약운반차(40발 탑재)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K105A1은 구형 M101 곡사포를 탑재했고, CH-47 수송이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한 형태다. 위아 관계자는 “내년 방위산업 전시회에선 시제품 전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육군이 쓰는 사단급 무인정찰기에 공대지 무장을 탑재하는 컨셉을 공개했다. 성능개량 사업이 본격화할 때 무장장착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무장운용능력이 있는 무인기 수요가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공대지 무장을 탑재하려면 날개를 넓히고 기체구조를 강화하는 등 대규모 개수가 필요하다.
차기 사단급 무인기로 대한항공이 제안하는 KUS-VS는 프로펠러 4개로 이륙을 한 뒤, 동체 후방의 프로펠러 1개로 비행하는 무인정찰기다. 평지가 많지 않은 강원도 산악지역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송기(MC-X)와 무인기를 공개했다.
KAI가 사단급 무인기로 제안하는 NI-500VT 수직이착륙무인정찰기는 고도 3㎞ 상공에서 시속 200㎞로 비행할 수 있다.
KAI는 FA-50과 무인기를 결합한 유·무인복합체계도 선보였다. FA-50에서 무인기 3∼4대를 통제해 고위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거쳐 FA-50과 무인기 1대로 유·무인복합체계를 구축해 시험운용한 뒤 무인기 숫자를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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