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의사 임금규제 푼다… 지방병원·필수의료에 年 1조 더 지원
정부가 19일 발표한 지역·필수 의료 대책의 핵심은 전국 17곳(분원 포함) 국립대 병원을 집중 지원하고 권한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립대 병원을 붕괴 직전인 지방 및 필수 의료를 책임지는 중추 병원으로 키우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립대 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 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국립대 병원 인력 확충 방안이다. 지방 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이 ‘의사의 수도권 집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 의대의 지역 인재 선발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 출신 학생이 지방에 많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지방 광역시에서 성장한 의사 54.2%, 지방 도 지역에서 성장한 의사 44.2%가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장 지역이 수도권인 의사의 지방 근무 비율은 10명 중 1명 정도인 14.2%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는 또 국립대 병원에 대한 총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기로 했다. 현재 국립대 병원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어 임금을 매년 1~2% 정도밖에 인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립대 병원과의 임금 격차가 커져 국립대 병원 의사 유출이 가속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병원 인력도 정부 승인이 있어야만 증원할 수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해 이 규제를 점진적으로 풀어 특히 국립대 병원의 필수 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늘어나는 의사 인력 상당수가 지방 국립대 병원으로 유입되도록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원이 50명 미만인 서울 밖 17곳 의대의 정원을 두 배로 늘리고,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2006년부터 줄였던 의대 정원 10%(351명)를 되살리면 1000명 증원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지방·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의료 서비스 가격)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방 병원의 환자 치료에 대해선 수가를 더 주는 ‘지역 가산제’도 검토한다. 국립대 병원에 대해선 중환자실과 응급실 인력 확보 비용을 지원하고,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가 이미 발표한 지원책과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내용까지 합하면 (지방·필수 의료에)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수가가 추가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방 국립대 병원이 필수 의료를 담당할 관내 병원들을 선발하고, 시설·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총괄·조정 권한도 주겠다고 했다. 가령 국립대 병원이 지자체와 함께 심뇌혈관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관내 병원을 지정하고, 사후 평가를 통해 해당 병원을 지원하는 권한까지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증 환자는 가급적 지역 의원과 병원이 치료하도록 하고, 지방 국립대는 중증 환자 치료와 의료 R&D(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권역 책임 의료 기관으로 만든다는 취지다. 국립대 병원의 이 같은 역할을 위해 관할 부서를 교육부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복지부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 양성”을 언급함에 따라 정부는 관련 준비에도 착수했다. 일각에선 카이스트, 포스텍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의사 과학자 양성 중심의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탄력을 받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의료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지방 국립대 관계자들은 “그간 국립대 병원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인건비, 인력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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