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경기 만에 당당히 첫 승…꼴찌 페퍼, 달라지나

19일 도로공사와의 홈 개막전서 3-2 승리
V리그 중위권 판도 변화 예고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창단 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이 3번째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19일 광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2 20-25 19-25 25-17 15-13)로 이겼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 승리는 페퍼저축은행에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21-22시즌 V리그 여자부 7번째 구단이자 막내로 합류한 페퍼저축은행은 '동네북' 신세였다. 시즌 첫 승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았다.

V리그에 첫 참가한 2021-22시즌에는 6번째 경기인 IBK기업은행전에서 창단 첫 승을 달성했다. 2022-23시즌에는 무려 개막 후 17연패를 당한 끝에 18번째 경기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힘겹게 무승을 탈출했다.

이날 거둔 승리는 이런 쓰린 역사를 잊게 만드는 '구단 역사상 가장 빠른 시즌 첫 승'이다.

그동안 페퍼저축은행은 첫 승이 늦다보니 팀은 늘 분위기가 처졌고, 레이스 내내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첫 시즌 3승28패(승점 11), 두 번째 시즌 5승31패(승점 14)로, 동네북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좀 다르다. 절치부심한 페퍼저축은행은 프리시즌 동안 의욕적으로 선수를 보강, 국가대표팀 주장 박정아와 V리그 최고의 외인 중 한 명인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 등을 영입했다.

이 밖에도 이고은, 이한비, 염어르헝, 오지영 등으로 스쿼드를 구성, 포지션마다 선수 이름값이 확 높아졌다. 시즌 전부터 이제는 페퍼저축은행이 이름 그대로 '고춧가루'를 뿌릴 만큼 좋은 팀이 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 기대는 시즌 초반부터 결과로 이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첫 경기서 현대건설에 1-3으로 패하긴 했지만, 연패로 이어가지 않고 홈 개막전이자 시즌 두 번째 경기만에 당당히 승리를 신고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이전까지 신생 팀 페퍼저축은행은 승부처마다 허무하게 무너져 내줬던 경기가 많았는데, 이 치명적 단점을 보완했다.

이번엔 중요한 승부마다 '클러치 박' 박정아 등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어 흔들리지 않고 있다. 19일에도 페퍼저축은행은 압박감이 큰 5세트에서도 펄펄 날며 경기를 주도했고, 막판 도로공사의 맹추격에도 조직력을 앞세워 승리를 따냈다.

페퍼저축은행의 이른 첫 승 신고는 이번 시즌 완전히 달라질 V리그 전체 판도를 예고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시쳇말로 '깔아주는 팀'이었던 페퍼저축은행이 개막 후 2경기 만에 지난 시즌 우승 팀 도로공사를 잡았다. 이 기세라면 앞으로 더 많은 승리와 연승도 가능하다.

V리그 여자부의 판도가 바뀌어 중위권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