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BBQ처럼 하라” 농식품부, 高물가 속 공개 칭찬으로 물가 압박
정부, BBQ 가격 올리는 대신 원가 절감 노력 높게 사
가격 인상 눈치 보이는 다른 프랜차이즈
농림축산식품부가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며 민간 기업을 칭찬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인데요.
외식업계는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합니다. 원가 절감을 통한 치킨 판매 가격 유지 노력을 높게 산 거라는 거죠.
19일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BBQ 운영사인 제너시스BBQ그룹을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BBQ에 대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가안정에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권 실장은 이날 “BBQ처럼 다른 외식업체들도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식품부가 BBQ 칭찬에 나선 이유는 이 회사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원재료 함량을 변경해 가격을 방어했기 때문입니다. BBQ는 지난 달 튀김유(올리브유) 수입가격이 상승하자 원가 절감을 위해 올리브오일 100%에서 50% 블렌딩 올리브유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BBQ는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씨유를 반반씩 섞어 이달 4일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05년 황금올리브치킨을 출시한 후 18년간 유지해왔던 튀김유를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BBQ는 튀김유로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만을 사용해왔습니다. 연간 약 8000톤(t)을 수입해왔는데, 유럽의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올리브유 가격 급등 탓에 고민이 컸습니다.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으로 올리브 생산량도 급감해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2020년 7월 1t당 약 3000유로에서 현재 1t당 약 1만유로로 3.3배 뛰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BBQ는 올리브유 함유량을 유지하면서 치킨 가격을 올리느냐, 전통의 레시피를 저버리느냐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매섭게 바라본 탓일까요. 결국 BBQ가 택한 전략은 올리브유 함량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리브유만 오르는 것이 아니어서 BBQ도 농식품부로부터 공개적인 칭찬을 받았지만 뒷맛이 깨끗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치킨의 원재료인 육계 가격은 오름세입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당 1690원이던 육계 생계 시세는 올해 최고 3190원으로 약 188% 올랐습니다. 다음에 혹여라도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농식품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은 최근 상승세가 뚜렷한 먹거리 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추 등 김장 품목 공급물량 확대, 수입과일·분유 등에 대한 신규 할당관세 도입,농·수산물 할인지원 행사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연말이면 진정될 줄 알았던 물가 상승률이 이상 기후,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 등 예측할 수 없이 튀어나오는 변수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또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월보다 0.3%포인트(p) 높은 것이며,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한 것입니다.
먹거리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기간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P 높았습니다. 통계청은 외식 부문 물가를 측정할 때 39개 세부 품목을 조사하는데, 이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 이상인 품목은 31개 품목(79.5%)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전년 대비 물가가 하락한 품목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또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통상 국제 유가 상승은 물류비 인상 등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이는 연쇄적으로 공산품과 외식 물가에 영향을 주죠.
이런 가운데 정부가 BBQ의 원가 절감 노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눈치 보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다”며 “인건비도 만만치 않고 여러모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가격 인상을 섣불리 했다가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비판받을 게 두렵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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